CCTV 속 '눈 뜬 그녀', 합의인가 항거불능인가
CCTV 속 '눈 뜬 그녀', 합의인가 항거불능인가
피해자 "거부 반응 선명" vs 가해자 "의식 있었다" 주장 팽팽

준강간 피해자가 CCTV에 잠시 눈을 떴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합의를 주장해 고통받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 CCTV에는 제가 거부반응을 한 행동들이 많이 있는데, 상대측은 관계도중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눈을 뜬 걸로 제가 '의식이있었다' 라며 '합의 하에 한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합니다." 준강간 피해를 호소하는 한 여성의 절박한 외침이다.
기억은 단편적으로 끊겼고, 진실을 담고 있을 CCTV는 오히려 '의식이 있었다'는 가해자의 반격 무기가 됐다.
피해자는 불안에 떨고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순간적으로 눈을 떴다는 사실만으로 '동의'를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영상 속 '거부 반응'과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가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CCTV 속 '눈 뜬 순간', 합의의 증거? 항거불능의 반증?
준강간 피해를 주장하는 A씨의 기억은 중간중간 끊겨있다. 그는 "저는 중간중간 기억 나는 거를 진술을 했어요. 눈 떴을 때도 그 사람 뒷모습만 봤고, 그 뒤론 기억이 없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는 A씨가 잠시 눈을 뜬 장면을 근거로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기억을 입증하기 위해 신고 전 CCTV를 먼저 확인했던 행동마저 불리한 증거가 될까 "불안합니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가해자의 주장과 파편화된 기억 사이에서, CCTV 영상의 해석이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조계 "순간적 의식,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아냐"
법률 전문가들은 '잠깐 눈을 떴다'는 사실만으로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준강간죄의 핵심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판례는 술에 만취하여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서 단편적인 기억만 있거나, 일시적으로 의식이 돌아와 상대방을 쳐다보거나 대답을 하는 등의 행동을 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정상적인 사고와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신체적 반응 자체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잠시 눈을 떴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의식이 충분했다고 단정되지는 않습니다"라며, 통제 능력이 없었다면 항거불능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리한 증거'라던 CCTV, 오히려 '결정적 한 방' 될 수도
A씨를 불안하게 했던 CCTV가 오히려 가해자의 주장을 뒤엎을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오히려 CCTV에 기록된 A씨의 거부 반응들은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도 "CCTV에 담긴 거부 몸짓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입증하는 강력한 객관적 증거가 됩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신고 전 CCTV를 확인한 행동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정당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상황 파악을 위해 CCTV를 먼저 확인한 것은 피해자의 정당한 대응이며, 사건 당시의 항거불능 상태를 부정하는 불리한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라며 "오히려 핵심 증거를 확보한 것이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반성 없는 태도'는 가중처벌 사유…2차 피해 기록도 엄벌 근거
가해자가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는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CCTV상 거부 반응이 명확함에도 합의를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는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가중처벌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성폭력 검사를 위해 찾은 해바라기센터에서 남자 의사를 마주하며 수치심을 느꼈고, 결국 여의사가 있는 다른 산부인과에서 추적 검사를 받아야 했다. 법률사무소 율섬 남기용 변호사는 이 기록에 대해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은 가해자의 엄벌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양형 자료가 됩니다"라며 엄벌탄원서와 함께 제출할 것을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