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확보 거부 당한 피의자, '결백 증명' 길 열릴까?
CCTV 영상 확보 거부 당한 피의자, '결백 증명' 길 열릴까?
삭제까지 통상 한 달…법조계 "경찰 요청·증거보전신청 서둘러야"

성범죄 혐의 피의자는 결백 증명을 위한 CCTV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성범죄 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A씨.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결정적 증거인 편의점 CCTV 영상 확보에 나섰지만, 점주로부터 거절당했다.
영상이 삭제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통상 한 달 남짓. 상대방의 '심신미약' 주장을 뒤집을 유일한 희망이 사라질 위기 속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신속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가 골든타임 안에 증거를 확보할 방법은 무엇일까.
"영상 보존만이라도"…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높은 벽
A씨는 상대방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사건 당일 편의점 CCTV 영상이 자신의 무고를 입증할 핵심 증거라고 믿고 있다. 영상 속에 상대방과 동행한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A씨는 점주에게 영상을 제공하지 않아도 좋으니 삭제되지 않게 보존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손에 쥔 것은 당시 구매 내역이 담긴 영수증 한 장뿐이다.
이처럼 개인이 CCTV 영상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다미 변호사(법무법인 LKB평산)는 "개인이 찾아가서 cctv 확보를 요청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상 문제 때문에 허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상에 촬영된 다른 손님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요청' vs '법원 신청'…골든타임을 사수할 두 가지 길
전문가들은 두 가지 법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조언한다. 첫 번째는 수사기관을 통하는 것이다. 이재성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우)는 "본인이 현재 피의자의 지위에 있다면 경찰에 확보를 요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백창협 변호사(법무법인 오른)와 안병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인도) 역시 수사기관을 통한 확보를 최우선으로 언급했다.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할 경우 압수 또는 임의제출 방식으로 CCTV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이는 소송 전이라도 법원의 결정으로 중요한 증거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라며 "신청서에는 CCTV 영상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유와 해당 시점의 영상이 어떤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상세히 기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편의점 CCTV는 보통 한 달 내외로 자동 삭제되므로, 시간이 생명이다.
손에 쥔 '영수증 한 장', 증거 가치는 얼마나 될까?
A씨가 유일하게 확보한 영수증은 증거로서 얼마나 힘이 있을까. 이에 대해 김경태 변호사는 "현재 확보한 영수증은 해당 시간대에 피해자와 함께 있었다는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나, CCTV만큼 강력한 증거능력은 없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영수증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형사소송법 제315조)에 해당해 증거능력 자체는 인정된다. 특정 시간대 편의점에 있었다는 사실은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영수증만으로는 동행인이 누구였는지, 당시 상대방의 걸음걸이나 행동 등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음을 직접적으로 증명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A씨의 결백 주장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CCTV 영상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