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옷 벗기 게임' 후 성관계, 한 달 뒤 준강간 피소 엇갈린 기억 속 진실 공방
술자리 '옷 벗기 게임' 후 성관계, 한 달 뒤 준강간 피소 엇갈린 기억 속 진실 공방
만취 상태 '예스'는 유효한 동의일까
전문가들 "객관적 증거로 '심신상실' 아니었음 입증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온라인에서 만나 술게임을 한 하룻밤이 한 달 뒤 '준강간' 고소장으로 돌아왔다. 남성은 '명백한 합의'를 주장하지만, 여성은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맞서면서 진실은 엇갈린 기억 속에 갇혔다.
그녀가 제안한 '옷 벗기 게임' 파국의 씨앗이었나
사건의 발단은 평범한 온라인 만남이었다.
남성 A씨는 지난 8월, 온라인 쪽지로 알게 된 여성과 그의 집 근처 모텔에서 만났다. "밤에 같이 자주면 가겠다"는 A씨의 제안에 여성이 동의하며 만남이 성사됐다.
모텔 방 안, 먼저 도착해 있던 여성이 '묵찌빠' 술게임을 제안했다. 지는 사람이 술을 마시거나 옷을 하나씩 벗는다는 규칙이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여성은 몇 잔의 술을 마신 뒤 스스로 옷을 벗었다.
하지만 A씨는 여성이 평소 주량보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판단해 음주 중단을 제안했고, 술자리는 거기서 끝났다.
A씨는 "성관계 전 분명히 의사를 물었고 동의를 얻었다"며 "중간에 여성이 '졸려서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즉시 행동을 멈추고 함께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그는 경찰로부터 준강간 혐의 피고소인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블랙아웃' 주장 앞에 무력해진 '명백한 동의'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 성립 여부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저항할 수 없는 상태)'을 이용해 성관계를 했을 때 적용된다. 즉, 성관계 자체가 아니라 행위 당시 여성이 술에 취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명백한 동의' 주장이 여성의 '알코올 블랙아웃' 주장 앞에서 힘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대섭 변호사는 "고소인은 '알코올 블랙아웃'을 근거로 항거불능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준성 변호사 역시 "설령 상대가 '예스'라고 답했더라도, 법원은 만취한 사람의 '네'를 진정한 동의로 보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 A씨는 여성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였음을 증명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골든타임은 첫 조사 '객관적 증거'로 기억을 재구성하라
전문가들은 성범죄 사건의 운명은 첫 경찰 조사라는 '골든타임'에 갈린다고 입을 모은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변호인들은 A씨가 여성과 나눈 온라인 쪽지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밤에 같이 자주면 가겠다'는 A씨의 제안에 여성이 동의한 기록은 만남의 목적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모텔 복도를 비추는 CCTV 영상은 두 사람이 들어갈 당시 여성의 걸음걸이나 행동을 통해 만취 여부를 가늠할 단초를 제공하며, 함께 구매한 주류 영수증은 실제 마신 술의 양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이러한 객관적 자료들을 시간 순서대로 엮어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환진 변호사는 "혼자 응대하기보다 변호사와 즉시 전략을 세워 진술의 범위와 표현을 정리해야 한다"며 "조사 전 모의진술을 통해 예상 질문에 대비하고, 조사실에서는 변호인 참여로 조서 문구를 즉시 교정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