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거주 약속하더니 "나가야 돈 준다"?... 벼랑 끝 몰린 '청년안심주택'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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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거주 약속하더니 "나가야 돈 준다"?... 벼랑 끝 몰린 '청년안심주택'의 두 얼굴

2025. 12. 15 15:31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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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공공지원의 배신

경매 넘어가자 "10년 거주·보증금 보호" 휴지조각 우려

2026 예산안 발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서울시의 역점 사업인 '청년안심주택'이 입주민들에게 '청년불안주택'이 되어 돌아왔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10년 거주 보장을 믿고 입주한 청년들이 임대사업자의 부실로 인해 보증금을 날리고 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서울시가 내놓은 구제책이 현행법상 임차인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독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법적 보호 장치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사태의 이면과 법적 쟁점을 심층 취재했다.


"국가 믿었는데 경매라니"... 무너진 주거 사다리

서울 송파구 '잠실센트럴파크'와 동작구 '사당코브' 청년안심주택에서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임대사업자의 자금난으로 해당 주택들에 대한 경매 절차가 개시되면서다. 청년안심주택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본래 10년 의무 임대 기간과 계약갱신요구권, 임대료 5% 상한 제한 등 강력한 안전장치를 표방했다.


그러나 경매가 시작되자 이 모든 약속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관련 법규상 경매 절차가 개시되면 임대사업자 자격이 소멸할 수 있고, 이에 따라 10년 거주 보장 등의 조건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잠실센트럴파크·사당코브 비상대책위원회와 피해 청년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분을 토했다. 사당코브 입주민 대표 A씨는 "10년 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을 믿었지만, 돌아온 건 퇴거 통보와 막막한 현실뿐"이라며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집을 비워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돈 받으려면 나가라" 서울시 대책의 치명적 모순

피해자들을 더욱 절망에 빠뜨리는 건 서울시의 현실 동떨어진 대책이다. 서울시는 피해 지원 방안으로 '보증금 선지급 제도'를 안내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조건이 붙었다. 지원을 신청하면 '3주 내에 퇴거'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법원이 매각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보증금을 일부라도 융통하려면 살던 집을 비워줘야 하는 구조다. 피해자들은 이를 두고 "임차인 보호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강제 퇴거를 유도하는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철빈 전세피해·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서울시의 검증·관리 부실이 이번 사태를 키웠음에도, 구제 프로세스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에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해당 주택을 매입해 재임대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 측은 "경매 주택 입찰 방식은 법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신 타 청년안심주택 우선 입주권 부여 등을 검토 중이지만, 당장 보증금이 묶인 청년들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말 듣고 나갔다간 낭패"... '점유'가 생명줄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으로 '무작정 퇴거'를 꼽는다. 서울시의 안내대로 보증금 선지급을 위해 짐을 빼는 순간, 법적으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핵심은 '대항력(대항요건)'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①주택의 인도(입주)와 ②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법원 판례(대법원 2002다20957 등)에 따르면 대항력은 취득 시점뿐만 아니라 경매 절차의 배당요구 종기까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서울시의 요구대로 3주 내에 짐을 빼고 이사를 간다면, '점유'를 상실하게 되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잃게 된다. 이는 추후 경매에서 보증금을 한 푼도 배당받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매 넘어가도 '버티면' 이긴다?

그렇다면 피해 입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법리적으로 볼 때,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에 따르면,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경매가 진행되어도 소멸하지 않는다. 즉, 경매 낙찰자가 새로운 집주인이 되어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입주민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추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점유)하고 있다면, 낙찰자에게 남은 계약 기간의 거주와 보증금 반환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설령 배당 절차에서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차액을 낙찰자에게 청구하며 돈을 다 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2023. 2. 2. 선고 2022다255126)다.


부득이하게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이 필수

직장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이는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기재되면 이후에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겨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년안심주택 사태와 같이 경매가 개시된 불안한 상황에서는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등기부등본상에서 확인한 뒤에 움직여야 한다"며 "임차권등기 신청 후 실제 등기가 되기 전에 점유를 이탈하면 대항력이 소멸된다는 최근 판례(2024다326398)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 입주민들을 지켜주는 것은 서울시의 설익은 대책이 아니라 '대항력 유지'라는 기본적인 법적 원칙이다. 이번 사태는 공공지원 임대주택이라 하더라도 사업자 부실 리스크는 여전히 입주민의 몫으로 남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고 있다. 서울시의 근본적인 제도 재설계와 함께, 피해 청년들의 법적 권리 확보를 위한 정교한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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