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싶으면 방 빼라"... 청년 울리는 서울시의 기막힌 '구제책'
"돈 받고 싶으면 방 빼라"... 청년 울리는 서울시의 기막힌 '구제책'
10년 거주 약속한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볼모로 한 퇴거 종용은 권리남용이자 강박 행위"
입주 2년 만에 '강제 퇴거' 위기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서울시가 청년 주거 안정을 목표로 내세운 '청년안심주택'이 도리어 청년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최근 잠실 센트럴파크, 옥산그린타워의 경매 사태에 이어 사당 코브 청년안심주택에서도 가압류 등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지면서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이다. 사당 코브 입주민들은 서울시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퇴거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내를 받았다. 청년들은 10년간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입주했지만,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였다.
10년 살게 해준다더니... '퇴거'가 유일한 해법?
사건의 발단은 민간 임대사업자의 경영 악화다. 사당 코브 등 일부 청년안심주택 단지에서 임대사업자의 재정 문제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가압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구제책으로 서울시는 보증금 반환 지원 정책을 제시했으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조건이 붙었다. 바로 '퇴거'다.
제보에 따르면 서울시는 해당 정책이 '일시적'으로 운영됨을 강조하며, 지금 퇴거하지 않을 경우 추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사실상 입주민들에게 주거권 포기를 종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입주민 대상 조사 결과, 장기 거주를 희망하는 세대가 퇴거 희망 세대보다 2배 이상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계속 거주'를 위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태도는 '청년 주거 안정'이라는 사업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입주민들은 소송 비용 부담과 주거 불안에 시달리며 "서울시가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기고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연 서울시의 이 같은 '퇴거 조건부 보증금 반환' 요구는 법적으로 타당할까.
새 주인도 '임대사업자' 지위 승계... 쫓겨날 이유 없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입주민들이 당장 짐을 쌀 이유는 없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임대주택법 제43조 제2항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매각하더라도 양수인은 임대사업자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 설령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주인이 바뀌더라도 마찬가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주택 인도+주민등록)을 갖춘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기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특히 청년안심주택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분류되어 원칙적으로 10년의 임대 의무기간이 적용된다. 법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사업자는 이 기간 내에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제한 규정을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강행규정"으로 보고 있어, 입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퇴거 요구는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
"안 나가면 돈 못 받는다"... '강박'에 의한 계약 해지 논란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보증금 반환을 무기로 퇴거를 압박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강박'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민법 제110조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지금 퇴거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못 받을 수 있다"고 고지한 것이 입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해 주거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보증금이라는 청년들의 전 재산을 볼모로 잡고 법적으로 보장된 '거주할 권리'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거래 관념상 부적당하며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는 '권리남용 금지 원칙(민법 제2조)' 위반으로도 해석된다. 서울시가 얻는 행정 편의라는 이익에 비해, 입주민들이 입게 될 주거 상실의 피해가 현저히 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인 서울시가 사회적 약자인 청년 임차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해 내쫓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계속 살 권리' 지키려면... 집단 대응과 책임 추궁 필요
현재의 상황은 임대차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상태다. 따라서 '집을 비워줘야 보증금을 준다'는 동시이행 항변권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입주민들은 계약 기간(최대 10년) 동안 거주할 권리가 여전히 살아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해 집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집단 대응을 통해 소송 비용 부담을 줄이고, 서울시와 임대사업자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임대차 계약 존속 확인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나아가 서울시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여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입힌 점이 입증된다면, 국가배상 청구까지 검토해볼 수 있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방 빼기' 식의 미봉책을 거두고, 청년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실질적인 거주 보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청년안심주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