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대 1 경쟁률 뚫었는데⋯입주 못 해도 책임 물을 곳 없는 '청년주택' 당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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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대 1 경쟁률 뚫었는데⋯입주 못 해도 책임 물을 곳 없는 '청년주택' 당첨자들

2020. 06. 08 18:45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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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경쟁률 뚫고 서울시 '청년주택' 당첨된 청년들⋯입주 예정일 지나도 감감무소식

정책 만든 서울시와 시행한 민간업체 사이의 분쟁에⋯당첨자들만 피해

"서울시가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법적책임 묻기 어렵다"는 변호사들, 이유는 두 가지

청년주택에 당첨되고도 갑자기 계약이 미뤄져 입주를 못 하게 된 청년들. 정부의 정책만 믿고 있다가, 피해를 겪었는데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는 없을지 변호사들과 검토해 봤다.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20⋅30대 서울시민에게 싼값에 집을 빌려주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청년 주거정책이다.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열 청년주택엔 지원자들이 모여들어, 경쟁률이 127 대 1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그 경쟁률을 뚫고 종로구의 청년주택에 당첨된 청년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달에 진작 입주했어야 했는데, 아직 계약서도 구경하지 못했다. 실제 건축을 담당한 건설업체와 서울시 사이에 '평당 공사비' 문제가 불거져서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서울시는 뒤늦게 다른 주거지를 청년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제대로 된 '대안'은 아니었다. 당초 약속했던 입주 시기보다 3개월 뒤였고, 지역도 강서구⋅동작구 등으로 종로구를 벗어났다.


정부의 정책만 믿고 있다가, 입주 지연 피해를 겪은 청년들. 혹시 이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없을지 변호사들과 검토해 봤다.


'조례'에 의해 시행되는 청년주택, 임대차계약서 안 쓴 청년들

변호사들은 "서울시의 주거정책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적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①서울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②근거가 될 수 있는 임대차계약서도 아직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 /조연빈 변호사 제공⋅로톡 DB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 /조연빈 변호사 제공⋅로톡 DB


① 법이 아닌 서울시 '조례'에 근거한 청년주택 사업

우리 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책임 등이 성립하려면 침해된 권리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는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근거는 '법률'이 아니라 (이보다 하위 규범인) 서울시의 '조례'에 있다"고 했다.


실제 해당 사업은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를 따른다. 조례는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이므로 "여기에 근거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조 변호사는 "게다가 해당 조례를 살펴봐도 '서울시장은 청년주택의 공급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책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입주가 미뤄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서울시에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② 당첨은 됐지만, 임대차계약서 작성 전

하지만 만약 청년들이 구체적인 입주 날짜 등이 명시된 계약서를 썼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서울시 역시 계약서의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계약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들은 계약 자체가 미뤄진 까닭에 아직 임대차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청년들 사이로 "계약 안내문조차 못 받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아직 서울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률관계가 생기지 않았으므로, 변호사들은 "역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서울시와 청년들 사이의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그 전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연빈 변호사도 "아직 임대차계약조차 체결되지 못한 상황이므로, 서울시에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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