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그만둘게요"…회사의 '해고 통보', 법적 효력은?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홧김에 "그만둘게요"…회사의 '해고 통보', 법적 효력은?

2025. 10. 02 12:4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사직서 없이 말로만 한 퇴사 통보, 번복 의사 밝히자 회사는 "이미 늦었다"며 거부.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부당해고, 증거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직장인 A씨가 최근 팀장과 언쟁 끝에 홧김에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후회하고 이를 번복했다. 그런데 결과는?/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홧김에 던진 사표, 주워 담을 수 없나요?"


홧김에 던진 퇴사 통보를 곧바로 후회하고 번복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하며 퇴사를 종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직서 한 장 없이, 말 한마디로 시작된 이 갈등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직장인 A씨의 사례를 통해 구두 사직 통보와 번복의 법적 효력을 짚어본다.


"사직서도 안 냈는데"…홧김에 한 말, 해고의 빌미 되나


직장인 A씨는 최근 팀장과 언쟁 끝에 홧김에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정이 가라앉자 이내 후회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에게 퇴사 의사를 번복하겠다고 정중히 알렸다.


그러나 팀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미 윗선에 보고가 끝나서 안 된다." 정식 사직서를 제출한 적도 없는데, 회사는 A씨의 번복을 거부하고 퇴사를 기정사실로 밀어붙였다. A씨는 계속 일하고 싶지만, 회사의 압박은 사실상의 '해고 통보'나 다름없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부당해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사직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만 퇴사 의사를 밝혔고, 즉시 이를 번복했다면 회사가 퇴사를 강요할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가 명확하고 최종적인 사직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합의해지'가 뭐길래…내 사직, 언제 확정되나


그렇다면 법적으로 사직은 언제 확정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를 '합의해지 계약'에 빗대어 설명한다.


근로자가 "그만두겠습니다"라고 제안(청약)하고, 회사가 이를 검토한 뒤 "알겠다"고 최종 승낙해야 비로소 사직이라는 계약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A씨처럼 회사가 최종 승낙하기 전에 근로자가 "없던 일로 하겠다"며 제안을 철회하면, 사직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 상태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근로자가 제출한 사직서가 회사에 도달한 뒤에는 원칙적으로 철회할 수 없다고 본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하지만 이는 사직서 제출처럼 명확한 의사표시가 전제될 때의 얘기다. A씨처럼 구두로, 그것도 잠시 후에 번복한 경우까지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부당해고 맞서려면"…변호사들이 꼽은 '첫 번째 행동'


전문가들은 A씨가 부당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연 '증거 확보'다.


법무법인 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퇴사 의사를 번복했음을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회사 측에 퇴사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내용증명 우편이나 이메일 등 서면으로 통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사를 강요받는 정황을 녹취, 메신저 대화, 이메일 등으로 확보하는 것도 필수다. 이런 증거를 바탕으로 회사가 끝내 퇴사를 강행한다면, 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원래 직장으로 복직하거나, 해고 기간 일하지 못한 임금 상당액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윗선 보고'는 회사의 내부 사정일 뿐,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 순간의 말실수를 빌미로 직원을 내보내려는 회사의 부당한 압박에 맞서기 위해선,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