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폭행 피의자, 묵비권이 답일까?
'기억상실' 폭행 피의자, 묵비권이 답일까?
'피해자 기절' 진술에 상해죄 전환 '경고등'

필름이 끊긴 사이 폭행 피의자가 된 남성이 묵비권을 고민하자 변호사들은 경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필름 끊긴 사이 폭행 가해자가 됐습니다." 동행자는 "피해자가 먼저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는 기절까지 한 상황이다.
기억이 없다는 이유로 '묵비권'을 고민 중인 남성에게 변호사들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필름 끊긴 사이 벌어진 폭행, "기억 안 나니 묵비권"
기억을 잃은 사이 공동폭행 사건의 피의자가 된 A씨. 그는 사건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경찰 조사를 앞두고 진술거부권(묵비권) 행사를 고민하고 있다.
A씨의 동행인은 참고인 조사를 마치며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A씨의 엉덩이를 만져서 A씨가 때렸고, 지하주차장에서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상대방이 기절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현재 사건 현장을 담은 CCTV 등 명확한 물적 증거는 없는 상태다. A씨는 변호사 입회하에 수사관의 압박만 막으며 조사를 넘기겠다는 생각이다.
"피해자 기절? 상해죄 전환 위험"…단순 침묵의 함정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매우 위태롭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피해자가 기절했다'는 동행인의 진술이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피해자가 기절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상황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며 "공동폭행을 넘어 '상해죄'로 죄명이 변경되어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대환 변호사(법률사무소 지헌) 역시 "피해자가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폭행치상이나 공동상해죄로 죄명 변경 가능성이 높다"면서 "폭행죄는 합의 시 처벌받지 않지만, 상해죄는 합의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인 이상이 가담하는 공동상해죄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되는 중범죄다.
'전면 묵비권'이 독?…변호사들 "전략적 진술이 핵심"
A씨가 믿는 구석인 '묵비권'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피해자와 동행인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에서 A씨만 침묵할 경우, 불리한 진술과 정황이 그대로 사실로 굳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지훈 변호사(법무법인 시티)는 "무조건적인 진술 거부는 자칫 '반성 없는 태도'로 비쳐 불리한 심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은석 변호사(법률사무소 한강)도 "질문자님만 일관되게 답변을 회피할 경우 오히려 불리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다"며 "어떤 부분까지 진술하고 어떤 부분을 유보할지 전략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억이 없다'는 입장 역시 객관적 상황과 충돌하면 신빙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추행 맞고소" "쌍방 합의"…구체적 대응책은?
변호사들은 수사관의 압박을 막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행인의 진술에 등장하는 '피해자의 선제적 신체 접촉'을 방어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훈 변호사는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강제추행 맞고소를 통해 향후 합의나 처벌 수위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상대방도 엉덩이를 터치했기 때문에 쌍방으로 만들어 최대한 합의금 지급 없이 쌍방 취하로 마무리해야 한다"며 실리적인 합의를 강조했다.
이규희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경우에 따라 정당방위를 주장해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폭행의 원인 제공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점은 질문자님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법리적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