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맞았다고 발로 차도 될까? 정당방위 아닌 '쌍방폭행'의 함정
먼저 맞았다고 발로 차도 될까? 정당방위 아닌 '쌍방폭행'의 함정
상대방 눈 부상 정도가 징역형 가를 수도…섣부른 사과문자는 '자백' 증거 된다

싸움에서 먼저 맞아도 반격 시 정당방위 인정은 어렵고 쌍방 폭행이 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상대방이 먼저 때렸다"는 항변은 통할까? 술김에 벌어진 다툼에서 상대방 얼굴을 발로 찬 행위는 법의 심판대 위에서 '방어'가 아닌 '공격'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법률 전문가들은 정당방위 주장은 어렵다며, 상대방의 눈 부상 정도에 따라 단순 상해를 넘어 '중상해' 혐의로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억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보낸 사과 문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자백'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치명적 위험도 지적됐다.
"먼저 맞았다"는 항변, 왜 통하지 않나
싸움의 시작이 누구였든, 일단 주먹과 발이 오갔다면 법적 평가는 냉정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정당방위'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강현 최용석 변호사는 "형법상 정당방위가 되려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상당한 범위의 방어여야 하고, 대법원도 싸움 과정에서 방어를 넘어선 반격은 정당방위로 쉽게 보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사기관은 사건을 '쌍방폭행'의 틀에서 바라보게 된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상대방이 먼저 폭행을 시작했다는 점은 중요한 사정이지만, 이후 질문자님도 발과 주먹으로 얼굴 부위를 가격한 이상 수사기관에서는 상호 폭행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즉, 먼저 맞았다는 사실은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어도, 폭행의 책임 자체를 면하게 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의미다.
단순상해 vs 중상해…처벌 가르는 '눈 부상'
사건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상대방의 '상해 정도', 특히 얼굴 가격으로 인한 '눈 부위'의 부상 상태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단순상해와 특수상해의 분기점은 '위험한 물건 사용 여부'인데, 일반 운동화는 실무상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어 현재로서는 단순상해 또는 상해죄 적용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특수'라는 가중 처벌은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김 변호사는 "다만 상대방 눈 부위 부상 정도에 따라 중상해 여부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진단서 내용이 나오는 즉시 확인하셔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중상해는 신체 기능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는 경우 적용되며, 단순 상해와는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다르다.
서명기 변호사 역시 "반대로 안와 골절·시력 손상 같은 중한 결과가 있다면 죄명이 무거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상대방의 진단서 한 장이 벌금형과 징역형을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섣부른 사과는 '독'…CCTV부터 확인해야
음주로 기억이 희미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조사 전에 CCTV 영상을 확인하여 본인의 행위와 상대방의 피해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억에 의존한 섣부른 진술이 CCTV 영상과 어긋날 경우, 진술 전체의 신뢰도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합의를 위한 사과 연락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무룡 변호사는 "사과 문자는 자칫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어, 문구와 발송 시점을 변호인과 함께 검토하고 진행하시는 것을 강력히 권고드립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제가 때려서 죄송합니다"라고 보내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자백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용석 변호사는 "지금은 상대방에게 장문의 사과문부터 보내기보다, '사과와 합의 의사가 있고 치료비 협의를 원한다'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전달하는 게 안전합니다"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이 사건의 운명은 객관적 증거인 CCTV와 상대방 진단서를 먼저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법적 대응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