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 안 했는데도 잡히나요?”…지인 얼굴로 ‘딥페이크’ 만들고 공포에 떠는 A씨
“유포 안 했는데도 잡히나요?”…지인 얼굴로 ‘딥페이크’ 만들고 공포에 떠는 A씨
전문가들 “사건화 가능성 낮다” vs “자수해야”…서버 단속 시 제작자 특정 가능성 경고

지인의 얼굴을 이용해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을 재작한 A씨가 형사 처벌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셔터스톡
“유포 안 했는데도 잡히나요?”…지인 얼굴로 ‘딥페이크’ 만들고 공포에 떠는 A씨
“유포 안 했는데도 잡히나요? 너무 후회돼요.”
지인의 얼굴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A씨가 뒤늦은 후회와 공포에 휩싸였다. 유포는 하지 않았지만, 제작 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A씨는 최근 온라인 딥페이크 제작 사이트와 텔레그램 무료 봇을 통해 지인들의 얼굴을 합성한 허위 영상물을 만들었다. 대부분 인터넷 브라우저의 ‘시크릿 모드’를 사용했고,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금전 거래나 유포 행위는 일절 없었다. 하지만 A씨의 마음속에는 ‘혹시나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싹텄고, 결국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단순 제작은 괜찮다?…‘유포’ 없어도 처벌, 법은 이미 바뀌었다
많은 이들이 딥페이크 범죄를 ‘유포’해야만 성립한다고 오해하지만, 법은 이미 제작 행위 자체를 무겁게 처벌하도록 바뀌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당사자 동의 없이 얼굴 등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면 그 자체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현행법은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허위영상물을 제작만 해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며 “유포 여부는 처벌 수위를 정하는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에 반영될 뿐, 제작만으로도 범죄는 성립한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즉, A씨처럼 유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소지만 했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건화 가능성 낮다” vs “자수하라”…변호사들 의견 왜 갈리나
A씨의 사건화 가능성을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수사의 ‘현실’과 ‘가능성’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유포되지 않은 제작물을 수사기관이 먼저 찾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해외 사이트나 텔레그램 서버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이뤄질 경우 제작자의 정보가 확보될 위험은 언제든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의 김대희 변호사는 “통상 피해자가 고소나 신고한 경우 추적이 시작되는데, 유포하지 않았다면 그럴 가능성이 없어 수사기관이 단독으로 인지해 수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현실적인 수사 한계를 짚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이 기획단속 등을 벌이지 않는 한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반면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허위영상물제작죄는 구공판(정식 재판 회부) 기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형 선고 가능성도 있다”며 “가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자수하는 것이 좋다”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법인 SJ파트너스의 이동현 변호사 또한 “사안이 가볍지 않으므로 자수 등을 통해 선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며 법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시크릿 모드·텔레그램은 안전?…“서버 압수수색엔 속수무책”
A씨가 믿었던 ‘시크릿 모드’나 ‘텔레그램’ 역시 완벽한 방패가 될 수는 없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텔레그램 봇·구글 계정 사용, 시크릿모드 여부와 관계없이 서버·운영자 단속 시 이용자 정보가 수사기관에 확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크릿 모드는 개인 컴퓨터에 접속 기록을 남기지 않을 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에는 로그인 정보, 접속 IP 주소 등이 그대로 남는다.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서버를 압수수색하면 A씨의 행적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만약 걸린다면?…‘징역형’ 실형부터 ‘신상정보 등록’까지
만약 A씨가 적발된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법원은 딥페이크 제작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초범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고, 사안에 따라 실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실제 한 판결에서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반포한 피고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사 처벌이 전부가 아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성범죄자로 분류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는 관할 기관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로,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법원은 40시간 안팎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하기도 한다.
한순간의 호기심이 부른 대가는 혹독하다. 유포되지 않아 당장 수사망에 오를 확률은 낮을지 몰라도, A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잠재적 가해자에게 경고한다. 당신의 몇 번의 클릭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고, 당신 자신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 기록과 평생의 후회를 남긴다. 지금이라도 멈추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