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가해자가 합의 원하는데…'상해진단서' 내면 합의 어려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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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가해자가 합의 원하는데…'상해진단서' 내면 합의 어려워지나?

2025. 12. 02 14: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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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 3주 피해자 '합의 깨질까' 고민에 변호사 11인 답하다…'오히려 협상력 높이는 핵심 증거, 제출 안 하면 손해'…폭행죄와 상해죄 가르는 결정적 차이와 합의 전략 분석

폭행 피해 시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합의가 깨진다는 속설은 잘못된 통념이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일방적으로 맞아 전치 3주 상해를 입었는데, 가해자가 뒤늦게 합의를 요구해왔다. 억울함을 풀고 싶지만 '상해진단서를 내면 합의가 깨진다'는 속설에 피해자의 발목이 잡혔다.


폭행 사건 피해자들이 흔히 겪는 이 딜레마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잘못된 통념'이라고 지적한다.


상해진단서, 합의의 '걸림돌' 아닌 '디딤돌'


폭행 피해자 A씨는 최근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고민을 털어놨다. 일방적 폭행으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는데, 경찰 조사를 앞두고 가해자 측이 합의 의사를 전해온 것이다. A씨의 질문은 간단했다.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변호사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상해진단서 제출이 합의를 방해한다는 건 대표적인 법률적 오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상해진단서는 가해자의 범죄 입증과 피해 정도를 확인하는 중요한 증거"라며 "오히려 정확한 피해 정도를 입증함으로써 합리적인 합의금액을 산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다.


가해자가 합의를 시도하는 이유 자체가 '상해'라는 무거운 혐의를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법인 창세 김솔애 변호사는 "상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가해자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양형에서 선처 받기 위해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진단서는 합의를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가해자를 합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강력한 압박 카드인 셈이다.



'폭행'과 '상해'의 결정적 차이…합의금 가르는 '진단서 한 장'


변호사들이 상해진단서 제출을 권하는 이유는 '폭행죄'와 '상해죄'의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단순 폭행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찰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상해진단서가 제출돼 '상해죄'가 적용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 다만, 합의 사실은 가해자의 형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된다.


결국 상해진단서 한 장이 가해자의 처벌 수위와 사건의 종결 여부를 가르는 '스모킹 건'이 되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상대방이 먼저 합의의사를 전달했다면 상해진단서를 근거로 합의를 진행하고, 처벌을 원할 시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라"고 조언했다.



최고의 합의금 받는 '두 가지 전략'


그렇다면 피해자 입장에서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의 조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선(先)제출, 후(後)협상' 전략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진단서를 포함한 모든 증거를 제출해 협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합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해죄라는 무거운 혐의를 확정 짓고, 처벌 감경이 절실해진 가해자와 합의금 협상을 하는 방식이다. 이는 피해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두 번째는 상해진단서 제출 자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합의금액을 전달하고, 아직 상해진단서 제출 전이라고 알려주라"고 귀띔했다. 상해진단서를 내지 않으면 단순 폭행으로 종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합의금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이 방법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선택은 피해자의 몫이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면 진단서를 내고 합의 없이 재판까지 가는 길을, 정당한 금전적 보상이 우선이라면 진단서를 지렛대 삼아 합의를 이끌어내는 길을 택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합의가 깨질까 두려워' 피해 사실을 입증할 가장 강력한 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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