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잔금일에 바뀐 집주인…"계약 해지하고, 보증금 돌려받고 싶습니다"
전세 잔금일에 바뀐 집주인…"계약 해지하고, 보증금 돌려받고 싶습니다"
전세 잔금 지급일에 바뀐 집주인⋯미리 어떤 정보도 공유받지 못해
새로운 집주인은 연락 두절⋯변호사들 "'전세 사기' 가능성 있어"
전 집주인에게 임대차 지위 승계 거부 의사표시⋯보증금반환 청구할 수 있어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한 다음 날. 혹시나 하고 등기부등본을 떼본 A씨의 손은 덜덜 떨렸다. 이사 당일에 집주인이 바뀐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한 다음 날. '전세 사기'와 관련한 뉴스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혹시나 하고 등기부등본을 떼본 A씨의 손은 덜덜 떨렸다. 이사 당일에 집주인이 바뀐 것이다. 부동산에 따져 물으니 "곧 알려주려고 했다"며 "계약은 그대로 승계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집주인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하지만 새로운 집주인은 연락 두절인 상태다. 집주인이 바뀌어 새롭게 계약서를 써야만 전세보증보험도 가입할 수 있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전세 사기를 당한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A씨는 이런 불안한 집에서 계속 살 수 없을 것 같다. 전세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고 싶다.
변호사들은 A씨가 전세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고 싶다면 '전 집주인'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조언했다.
로앤강 법률사무소의 강동호 변호사는 "A씨는 전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임대차 승계를 거부하고, 계약 해지 의사를 표시하라"고 했다. 강동호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주택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 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해당 판례는 지난 2002년 대법원에서 나왔다. 당시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임차 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 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때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2001다64615 판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집주인과 연락이 됐다고 해서, 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 안 된다. 새로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게 되면, A씨가 임대인 지위 변경을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새로운 집주인과 임대차계약이 이어지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만약, A씨가 해당 집의 계약을 해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면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도 있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했다. 법무법인(유)효성의 김진형 변호사는 "상당 기간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실무상 2주~4주 정도"라고 했다. 다만 "전세 사기가 의심된다면, 집주인이 바뀐 사실을 안 즉시 이의제기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건우 임영근 변호사도 "새로운 임대인과 현재 연락이 안 된다는 점에 비추어 최대한 빨리 임대차 지위 승계 거부를 하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전세 사기 가능성을 높이 예상했다. 그 근거로 잔금일 당일 집주인이 변경된 점, 이에 대해 전 집주인이 미리 설명해주지 않았던 점, 새로운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추가적으로 전 집주인과 새 집주인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도 변호사들은 조언했다. 보증금 등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도 대비하라는 취지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일단 형사 고소를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큰 압박을 줄 수 있다"며 "합의를 통해 모든 돈(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 측이 혹시나 회생이나 파산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며 "이 경우 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채권이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고소는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