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에 '셀프 영상' 40개 사려다 '아청법 신고' 협박…처벌될까?
3만원에 '셀프 영상' 40개 사려다 '아청법 신고' 협박…처벌될까?
영상 못 받았는데도 '구매 시도' 처벌? 변호사들 '사기 가능성 높아'…핵심 쟁점은

3만원에 '셀프 영상'을 구매하려던 남성이 돈만 잃고 아청법 위반 협박을 받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3만원에 '셀프 영상' 40개 사려다 '아청법 신고' 협박…처벌될까?
새벽 1시, 40개의 '개인 영상'을 3만원에 판다는 글에 홀린 한 남성은 영상을 받기는커녕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으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판매자는 돈만 받고 계정을 삭제한 뒤 사라졌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 과연 그는 처벌받게 될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다.
단돈 3만원의 유혹, '헌터'의 덫에 걸리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새벽 시간, '본인 ㅈㅇ(자위) 영상 40개를 문화상품권 3만원에 판다'는 온라인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해 돈을 보냈다. 하지만 약속된 영상은 오지 않았다. 대신 돌아온 것은 "아청법 포렌식으로 신고하겠다"는 서늘한 협박 메시지였다.
뒤늦게 판매자의 닉네임이 '07변녀'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미 거래는 끝난 뒤였다. 불안한 마음에 날이 밝자마자 판매자 계정을 찾아봤지만, 계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는 전형적인 '합의금 헌터'의 수법으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유형이다.
"영상 없으면 처벌 불가"…전문가들 '단순 협박'에 무게
다수의 변호사는 A씨가 실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A씨가 문제의 영상을 '실제로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실제 영상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면 처벌 받지 않는다"며 "상대방이 아청법을 운운한 것은 단순 협박일 가능성이 있으며, 계정을 삭제했다면 일명 '먹튀'일 가능성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 변호사는 "소위 말하는 '헌터', 공갈범의 수법에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정을 삭제하고 사라진 점을 고려하면, 신고보다는 단순 협박 후 본인의 처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판매자 역시 자신의 사기 행각이 드러날까 두려워 잠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닉네임 '07년생'…'미성년자 인지'가 관건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만약 수사가 시작된다면 '미성년자임을 알고 접근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판매자의 닉네임 '07변녀'는 2007년생, 즉 미성년자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구매 의사가 있었고 금전 거래가 이루어진 점은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청법 위반은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성착취물을 구매하려 했을 때 성립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경태 변호사는 "상대방의 닉네임에서 미성년자임을 암시하는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가 주장하듯 '싸게 많이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만 집중해 닉네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점을 수사기관에 설득력 있게 소명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법의 빈틈?…'구매 미수' 처벌 규정 없다
설령 A씨가 미성년자임을 인지하고 영상을 구매하려 했다고 해도, 현행법상 처벌은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정적으로 아청법에는 성착취물 '구매 미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청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 '시청'한 자를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제작이나 배포 등 공급자에게만 '미수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수요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A씨는 돈만 보냈을 뿐 영상을 받지 못해 '소지'하지 않았으므로, 처벌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셈이다.
구매자에서 사기 피해자로…'이렇게 대응해야'
결론적으로 A씨는 아청법 위반 피의자가 아닌 '사기 피해자'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A씨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불안에 떠는 것이 아니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단순 협박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혹시라도 경찰의 연락이 온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 결제 내역 등 증거를 반드시 보관하고, 협박범의 추가적인 금전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말 것을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