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셀카로 '사적 영상' 의뢰했다 경찰조사, 그의 운명은?
아내 셀카로 '사적 영상' 의뢰했다 경찰조사, 그의 운명은?
"아내도 동의했다" vs 디지털 성범죄 수사... 법의 심판은?

아내 사진으로 성인 영상 제작을 의뢰한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단돈 5천 원에 아내 사진으로 성인 영상을 제작 의뢰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남성. 그는 “아내의 사전 동의를 얻었고, 영상을 유포한 적도 없다”고 항변하지만 경찰 조사는 코앞이다.
2024년 10월부터 시행된 허위영상물 소지·시청죄는 피했지만, '제작 교사' 혐의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내의 진술이 그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까?
5천원과 바꾼 불안... '아내 동의' 영상이 어쩌다 경찰서로
사건의 발단은 A씨가 2024년 3월에 트위터(X)에서 한 제작자에게 5,000원을 보내고 영상 제작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영상에는 당시 여자친구였고 현재는 아내가 된 B씨의 셀카 사진이 사용됐다. 얼굴을 정교하게 합성하는 '딥페이크'가 아닌, B씨 사진과 무관한 영상을 나란히 배치한 '병치형' 영상이었다.
A씨는 아내의 신상을 보호하려고 가명과 가짜 나이를 썼고, 영상은 한 번 본 뒤 당일 삭제했으며 외부에 유포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부부는 서로의 성적 취향을 공유했고, 이 영상 제작은 사적인 관계에서 구두로 동의가 이뤄진 일이었다.
하지만 영상 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평온은 깨졌다. 경찰청이 제작자를 수사하던 중 A씨의 계좌이체 내역을 발견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경찰은 아내 B씨도 참고인으로 함께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고, 부부는 졸지에 경찰서에 함께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법은 바뀌었어도 소급은 안돼... '형벌 불소급' 원칙의 방패
A씨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2024년 10월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성폭력처벌법이다. 허위 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만 해도 처벌하는 강력한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 전문가들은 A씨의 3월 행위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명시한 형법 제1조 제1항, 즉 '형벌 불소급의 원칙' 덕분이다.
법률사무소 신임의 박교현 변호사는 "행위 당시 처벌 규정이 없었다면 처벌이 불가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허위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을 처벌하는 조항은 2024년 10월 16일 개정으로 신설된 것이므로 그 이전인 2024년 3월의 행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가 단순히 영상을 구매하고 시청한 행위 자체로는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큰 셈이다.
"처벌 원치 않아요"... 아내의 '동의', 최후의 보루되나
소지·시청 혐의를 벗더라도 A씨에게는 '제작 의뢰'라는 더 큰 산이 남아 있다. 이는 제작의 공범(교사 또는 방조)으로 처벌될 수 있는 행위다.
여기서 A씨의 가장 강력한 방패는 바로 '아내의 동의'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을 편집·합성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A씨는 아내 B씨로부터 명확한 사전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 장우진 변호사는 "배우자가 당시 동의하에 진행된 것으로 인지하고 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는 범죄 성립 요건 판단에서 핵심적인 요소가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비록 문자나 카카오톡 같은 명시적 기록은 없지만, 아내 B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으며, 당시 동의했던 일"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면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핵심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아 '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열린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첫 조사가 운명 가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안심은 금물이라며, 첫 경찰 조사의 중요성을 거듭 경고했다. 법무법인 리버티 김지진 변호사는 "참고인 조사받으면서 피의자로 신분 전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 진술 하나가 결과 전체를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 역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 하나가 결과를 크게 좌우하며, 저는 이와 유사한 사건을 다수 조력해온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출석 전 진술 전략 수립과 조사 동석까지 함께해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은 A씨 부부가 조사 전 반드시 변호인과 함께 진술 방향을 철저히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 의뢰 사실은 인정하되 △부부 간 사전 합의 △사적 소비 목적 △즉시 삭제 및 미유포 사실 등을 아내의 진술과 일치시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철저한 준비 끝에 첫 조사를 무사히 마친다면 실형 가능성은 낮고,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 선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