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들어간 텔레그램 유료방, 내 인생을 삼켰다
호기심에 들어간 텔레그램 유료방, 내 인생을 삼켰다
고교 시절 단순 채팅 참여, 성인 되어 '아청법 위반' 경찰 소환... "죽고싶다" 절규 속 변호사들 "초기 대응이 관건"

A씨가 고교 시절 호기심에 들어간 텔레그램 유료방 때문에 '아청물 소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장난인 줄 알았어요"... 고교생의 텔레그램 '말장난'이 불러온 아청법 수사, 기소유예 가능할까?
"고등학교 때 했던 짓인데..."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A씨에게 경찰의 출석 요구 전화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호기심에 발을 들인 텔레그램 유료방에서의 짧은 활동이, 몇 년이 지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라는 족쇄가 되어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아청물 금지" 공지 믿었지만... 교복 영상과 '말장난'의 덫
A씨가 돈을 내고 들어간 텔레그램 방의 이름은 '자료공대'와 '상위방'이었다. 방 공지에는 "아청물 올릴 시 강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그는 이 공지를 믿고 불법 성착취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활동을 하지 않으면 강퇴당한다는 규칙에 따라 간간이 채팅에 참여했지만, 자료를 유포하거나 피해자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행위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문제는 방에 올라온 영상과 채팅 내용이었다. 교복을 입은 영상이 있었지만, A씨는 "일본 AV(성인 비디오)의 콘셉트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더욱 뼈아픈 것은 한순간의 '말장난'이었다. 한 이용자가 "중딩 아청물 교환하자"며 장난을 치자, 분위기에 휩쓸려 그 역시 비슷한 내용의 대화에 동조했다. 그는 "실제 교환은 전혀 없었고, 영상을 다운로드하거나 재배포할 생각도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밥도 못 먹고 죽고 싶다"... 잃어버린 휴대폰, 희미해진 기억
경찰의 연락을 받은 뒤 A씨의 일상은 무너졌다. "밥도 못 먹겠고 너무나도 죽고 싶다"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고교 시절 낚시를 하다 바다에 빠뜨린 휴대폰은 이미 그의 손에 없다. 1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자신이 무슨 말을 했고 무엇을 봤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수사에 협조하고 싶어도 기록을 확인할 방법이 막막한 상황이다.
그는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인생을 시작해볼 나이가 되었는데 이런 연락을 받으니 진짜 후회스럽다"며 "창문에 걸터앉아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기소유예'나 '불송치' 처분이다.
"혐의 소명 쉽지 않다" vs "기소유예 가능"… 변호사들 진단은?
A씨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 황순철 변호사는 "실제 아청물이 있는지 모르고 들어갔다는 점, 유포하지 않았다는 점 등 유리한 정황이 있지만, 혐의에 대한 소명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반면, 불송치나 기소유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많았다. 경찰 마약범죄수사팀장 출신 최성현 변호사는 "방 입장 시 아청물 포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 실제 영상 다운로드나 재배포가 없었던 점, 미성년 시절의 일회성 가담인 점은 유리한 요소"라며 "기소유예나 불송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세훈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이 확보한 객관적 자료가 무엇인지에 따라 불송치도 가능한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초기 진술이 운명 가른다"... 골든타임 놓치지 않으려면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세훈 변호사는 "초기에 자백하거나 무작정 부인하는 것 모두 위험할 수 있다"며 "객관적 증거가 있는 부분은 인정하되,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고의성'을 부인하는 식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검사 출신 송동민 변호사는 "아청법 위반은 징역형만 규정되어 처벌이 매우 무겁지만, 가담 정도가 매우 가볍다면 오히려 기소유예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는지가 처벌 수위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A씨의 사례는 디지털 세상의 순간적인 호기심과 철없는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경찰의 첫 조사, 그 골든타임에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남은 인생이 결정될 기로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