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내 아이로 출생신고 해야 하는 아이러니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내 아이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내 아이로 출생신고 해야 하는 아이러니

2023. 02. 13 18:48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출산 후 아내 숨지고, 지자체는 현재 남편 앞으로 출생신고 한다는데

지자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법'⋯대신 친생 부인의 소 지원 검토

그런데, 친부 아닌 생부는 아무 책임 안 질까?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한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상간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친자식으로 떠안게 되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상간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친자식으로 떠안게 되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이 사건 A씨 부부는 이혼 소송 중이었다. 그 사이 A씨 아내는 상간남의 아이를 낳고 사망했는데, 이혼 판결이 나오기 딱 일주일 전이었다.


이런 경우 친자 여부와 무관하게, 태어난 아기는 법적으로 부부 사이인 A씨의 자식으로 본다. 우리 민법 제844조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제1항). 이 때문에, A씨는 오히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 혐의로 신고를 당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데려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관할인 청주시가 "지자체 직권으로 태어난 아기를 남편 A씨 앞으로 출생신고 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사건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지, 왜 피해자인 A씨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느냐"는 반응이 거세다.


청주시는 왜 이런 입장을 밝힌 걸까. 또한 남편 A씨는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로톡뉴스는 현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변호사들과 함께 찾아봤다.


출생신고부터 친생자 부인 소송까지, 순서대로 풀어야 한다

우선, 청주시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던 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서다. 가족관계등록법은 부모 등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자녀 복리가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면, 검사나 지자체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제46조 제4항).


이는 이른바 '유령 아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보호자가 고의로 출생 사실을 누락시키면, 아이는 자연히 사회에서 무연고자가 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출생 사실을 인지한 정부 당국이 행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지자체로서는 법을 따라야만 하는 상황. 이에 청주시는 출생신고 후 A씨에게 아기를 보내는 대신, 위탁가정 등을 통해 보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A씨 상황을 고려해 '친생자 부인의 소' 관련 법률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변호사들 역시 "A씨가 억울하더라도, 이번 사건을 해결하려면 아기에 대한 출생신고부터 마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행법상으론 일단 자녀로 '등록'을 해야만 '취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생자 부인 소송에는 시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자녀가 친자식이 아님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민법 제847조). 그렇지 않으면 '친자식으로 인정하며 살겠다'는 것으로 봐서 더 이상 같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상간남에게 위자료뿐만 아니라 '친생자 부인 소송' 비용까지 물릴 수 있다

물론 A씨가 이런 상황에 대해 상간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변호사들은 "이 사건 아이 생부로 추정되는 상간남은 A씨에게 약 3000만~5000만원의 위자료를 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 자문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 '법무법인 한일'의 전문영 변호사. /로톡DB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 '법무법인 한일'의 전문영 변호사. /로톡DB


구체적으로 김태연 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는 "일반적인 상간자 소송에선 3000만원 내로 위자료가 결정된다"면서도 "아이까지 출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위자료 액수가 상향될 수 있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 역시 "상간 행위로 아이까지 낳은 만큼 위자료 금액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더 나아가 앞으로 A씨가 해야 할 친생자 부인 소송 비용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한일 전문영 변호사는 "상간남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 해당 소송 비용까지 위자료에 반영되도록 주장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동규 변호사도 "위자료액을 산정할 때 주장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제안했다.


'아동 유기' 형사 책임도 가능성 있어

한편, A씨는 자신의 친자가 아님에도 아이를 데려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했다. 이에 A씨는 "오히려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상간남은 아무 책임이 없는 거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 자신의 아이를 실제로 유기한 건 상간남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간남을 대상으로 아동 유기 등 형사상 책임도 물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변호사들의 판단이 갈렸다.


김태연 변호사는 "실제로도 생부가 법원을 통해 명확한 증거가 확인될 때까지 부양 등 책임을 미루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실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역시 생부가 확실하다고 추정되긴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미루는 것만으로 아동 유기나 방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신중한 의견을 냈다.


반면, 이동규 변호사는 "상간남이 본인 자녀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거나, 자녀 출생과 관련해 일정한 행동을 한 이력이 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상간남이 태어난 아이를 보호하거나 감독할 지위에 있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는 취지였다.


전문영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전 변호사는 "반드시 법률상 친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출산 전후 등 상황에 따라 상간남에게 아동 유기 등과 같은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