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으면 다리 벌려" 한마디, 한 달 뒤 유사강간 피소의 단초되나
"좋으면 다리 벌려" 한마디, 한 달 뒤 유사강간 피소의 단초되나
"거부 없었으니 동의" 믿었지만…전문가들 "그 말이 당신 발목 잡을 것"

직장 후배를 유사강간한 혐의로 피소된 남성은 상호 호감을 주장했다./ AI 생성 이미지
직장 후배와 술자리 후 "서로 호감이 있었다"고 믿었던 남성이 약 한 달 만에 유사강간 혐의로 피소됐다.
그는 상대방의 거부가 없었고 다음날 평범한 대화까지 나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다리를 벌려라'는 한마디가 강압의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한순간의 스킨십이 중범죄 혐의로 돌아온 이 사건을 재구성했다.
"거부 없었다"…한 달 뒤 날아온 ‘유사강간’ 고소장
직장인 A씨의 평범했던 일상은 경찰의 연락 한 통으로 산산조각났다. 약 4주 전, 직장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A씨의 기억에 따르면, 1차 술자리 후 후배 B씨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고, 2차로 이동한 노래방에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무르익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며 후배와 손을 잡고 있었고 거부 의사는 없었습니다. 이후 옷 안으로 손을 넣어 신체 중요 부위를 만졌고, 이때 또한 거부 의사가 없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좋으면 다리를 벌려라"라고 말하자 B씨가 실제로 다리를 벌렸고, "둘이 나갈까?"라는 질문에는 "부끄럽다"고 답했다고 기억했다.
노래방을 나온 뒤 B씨는 정상적으로 걸어서 귀가했고, A씨는 집에 도착한 B씨와 "다음에 둘이 술 한 잔 하자"는 내용의 보이스톡 통화까지 나눴다. 심지어 다음 날 오전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적인 카카오톡 대화를 15통이나 주고받았다.
A씨는 모든 것이 상호 동의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확신했지만, 한 달 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유사강간' 혐의가 적시된 고소장이었다.
"다리 벌려라" vs 다음날 '카톡'…엇갈린 증거의 무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을 두고 유리한 정황과 치명적으로 불리한 정황이 뒤섞여 있다고 분석했다.
A씨가 믿는 '다음 날의 일상적인 카톡 대화'나 '정상적인 도보 귀가' 등은 분명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홍윤석 변호사는 "동석한 동료들의 진술, 정상적으로 걸어 귀가하는 방범용 CCTV 영상, 다음 날 나눈 15통의 일상적인 카카오톡 대화 내역은 의뢰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졌다. 조가연 변호사는 "특히 '다리를 벌려라'와 같은 표현은 강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주한 변호사 역시 "'거부가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은 오히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결과로 해석될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명시적 거부의 부재'가 '적극적 동의'와 동일시되지 않는 성범죄 수사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섣부른 진술은 금물, 증거 확보가 먼저"
전문가들은 A씨가 경찰 조사에 임하기 전 반드시 냉정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김무룡 변호사는 "유사강간은 형법상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입니다"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변호인들은 섣불리 조사에 응하기보다 먼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확인하고(박교현 변호사), 이를 바탕으로 진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노래방 CCTV, 카카오톡 대화 원본, 동석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를 즉시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종득 변호사는 조사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조사에서는 '추측'을 말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본·들은 사실, 시간대, 장소, 대화만 말하십시오(일관성 중요)"라고 조언하며, "피해자와 추가 연락·사과·합의 시도 금지(증거인멸·회유 오해 위험)"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사건일수록 감정적 호소보다 사실관계에 기반한 냉정한 법적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