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지 마라" 법원의 통쾌한 판결, 이제는 합의금 받아낼 차례
"빚 갚지 마라" 법원의 통쾌한 판결, 이제는 합의금 받아낼 차례
'현수막 협박'에 19개월 정신과 치료…불법추심 채권자의 몰락

채권자의 현수막 협박에 시달리던 채무자가 법원의 '불법원인급여' 판결로 빚 상환 의무에서 벗어났다. / AI 생성 이미지
"당신 사진과 연락처로 현수막을 걸겠다"는 채권자의 악랄한 협박에 시달리던 채무자가 법원의 판결 하나로 전세를 뒤집었다. 법원이 채권의 성격을 '불법'으로 규정해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제 가해자는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구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19개월간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대가는 과연 얼마일까.
"네 사진, 온 동네에 걸겠다"…19개월간의 지옥
민사 대여금 소송의 피고 A씨에게 채권자 B씨는 악몽 그 자체였다. B씨는 A씨의 사진과 연락처가 담긴 현수막 시안까지 만들어 보내며 이를 동네에 걸겠다고 협박했다.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A씨는 1년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를 오가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협박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법률사무소 이야기 한진수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사건에서 상대방의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로 재송치될 예정이므로, 상대방으로부터 합의금을 청구하거나 제시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라고 분석하며 가해자의 합의 시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법원의 일격, "그 돈, 불법이라 갚을 필요 없습니다"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민사 소송에서도 결정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A씨는 1심에서 서류를 제때 받지 못해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B씨가 빌려준 돈이 '음지 관련 종속적 대여'에 해당하므로 '불법원인급여'라고 맞섰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민법 제746조에 따른 불법원인급여는, 불법적인 원인으로 건넨 돈은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 판결로 A씨는 빚 상환 의무에서 벗어났고, B씨의 추심 행위는 원천적으로 불법이었음이 공인됐다.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민사 항소심에서 불법원인급여를 인정받아 승소하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이는 형사 사건에서도 상대방의 행위가 불법적인 채권 추심이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고통의 가격표…합의금 최대 2500만 원까지 가능
이제 A씨는 채무자에서 협상 테이블의 주도권을 쥔 피해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법조계에서는 A씨가 겪은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인 경우 합의금 청구는 가능하나 법에 정해진 기준액은 없고, 협박의 구체성, 반복성, 피해 기간과 치료 내역, 게시 위협 수단의 현실성 등이 핵심 판단 요소입니다"라고 밝혔다.
제공된 법적 분석에 따르면, A씨가 19개월간 지출한 치료비 약 300만~500만 원에 더해, 장기간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책정이 가능하다. 이를 종합하면 A씨가 요구할 수 있는 합의금은 최소 1,300만 원에서 최대 2,500만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사·형사 분리 대응이 핵심"…최후의 전략은?
상황이 유리해졌지만, 마지막까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섣불리 합의했다가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완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사와 형사를 분리하여 대응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형사 합의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민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각 절차를 분리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사건 초기부터 법률 대리인을 선임해 가해자와의 직접 소통에서 오는 2차 가해를 막고, 합의 협상과 소송 전략 전반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