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마음도 상해입니다"… 정신과 진단서, '강간치상'의 결정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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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마음도 상해입니다"… 정신과 진단서, '강간치상'의 결정적 증거

2025. 11. 11 10:4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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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사건 후 증상 악화 입증 시 '강간치상죄' 적용 가능… 양형에 결정적 증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법적으로 '상해'로 인정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찢긴 마음도 상해입니다."


성범죄 피해자 A씨는 사건 이전부터 앓던 정신질환이 범죄 이후 더 심해졌다며, 자신의 진단서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진단서는 매우 효과적이며,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A씨의 두려움은 어떻게 법정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을까.


"보이지 않는 상처도 상해"… 진단서 한 장, 죄명을 바꾸다

성범죄 피해자가 제출하는 정신과 진단서는 단순한 호소를 넘어, 가해자의 죄명을 바꾸고 형량을 높이는 법적 효력을 지닌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진배 변호사는 "정신적 피해 또한 형법에서 말하는 상해에 포함될 수 있다"며 "강간 등 성범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단순 강간이 아닌 강간상해 또는 강간치상으로 죄명이 변경될 수 있다"고 핵심을 짚었다.


실제로 법원은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상해'로 명확히 인정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한 판결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이후 새롭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었다거나 기존에 앓던 정신질환이 악화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은 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진단서의 법적 무게를 강조했다. 이는 재판부가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정하는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 과정에서 피해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결정적 자료로 쓰인다.


"사건 때문에 아프다"… 법원을 설득하는 두 가지 열쇠

그렇다면 진단서와 탄원서는 어떻게 써야 법정에서 힘을 발휘할까. 전문가들은 '사건과의 인과관계'와 '구체성'을 두 가지 열쇠로 꼽았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기존 치료 이력과 현재 상태의 비교, 사건으로 인해 새롭게 발생하거나 악화된 증상, 구체적인 치료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을 못 잔다'는 막연한 진술보다 '수면 시간이 하루 2시간으로 줄었다'처럼 객관적 수치를 담는 것이 설득력을 높인다.


탄원서 역시 마찬가지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사건 이후 겪는 심리적 어려움, 수면 장애, 불안감, 사회적 위축 등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감정적 호소를 넘어, 진단서를 뒷받침하는 생생한 경험을 담아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것이다.


A씨가 족쇄라고 여겼던 과거의 진료 기록은, 역설적으로 성범죄로 인한 피해를 가장 선명하게 증명하는 기준점이 됐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법의 언어로 번역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야말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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