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파기 후 '친권 합의서'만 썼다간…A씨 부부 사례로 본 법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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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파기 후 '친권 합의서'만 썼다간…A씨 부부 사례로 본 법의 함정

2025. 11. 04 12:2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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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합의서만으론 법적 효력 전무, 반드시 '친권자 지정 심판' 거쳐야"… 양육비·면접교섭권도 판결문 있어야 강제력 확보

사실혼 관계 부부가 친권과 양육권에 대해 합의서를 작성했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5개월 아이 친권을 엄마에게 주기로 합의하고 헤어진 사실혼 부부, 이들의 합의서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15개월 된 아이를 둔 사실혼 관계의 A씨와 B씨. 두 사람은 최근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며 '아이 친권과 양육권은 엄마 B씨가 갖는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이대로 깔끔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왜 이들의 합의서는 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걸까?


"우리끼리 합의했는데"…법원으로 가야 하는 진짜 이유


사실혼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부부로서 함께 사는 관계이다. 이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부모 양쪽 이름으로 했다면, 법적으로 명백한 친자관계가 성립된다.


문제는 관계를 정리할 때 발생한다. 법률혼 부부가 이혼 시 법적 절차를 밟듯, 사실혼 관계를 끝낼 때도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 문제는 반드시 법원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와 B씨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가정법원의 문을 두드려 '누가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질지 정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는 '친권자 및 양육권자 지정 심판 청구' 절차를 밟는 것이다.


두 사람이 작성한 합의서를 제출하더라도, 법원은 그 내용이 '자녀의 복리(아이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 판결이 확정되어야만 비로소 엄마 B씨의 단독 친권이 법적인 힘을 갖게 된다. "단순 합의서만 믿고 있다간 나중에 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이다.


양육비·면접교섭, '공증'보다 '판결문'이 강력한 이유


아이를 키우는 데는 돈이 든다.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는 부모는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A씨와 B씨 역시 양육비와 면접교섭권(아이를 만날 권리)에 대해 합의했다. 그렇다면 이 합의서는 공증만 받아두면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아니오'라고 답한다. 더 강력한 무기는 법원의 '판결문'이기 때문이다.


친권 지정 심판을 청구할 때 양육비와 면접교섭에 관한 합의 내용을 함께 제출해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법원의 판결문이나 양육비 부담 조서는 그 자체로 강력한 '집행권원'이 된다. 집행권원이란, 상대방이 약속을 어겼을 때 월급을 압류하는 등 법의 힘을 빌려 강제로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만능 열쇠'와 같다.


추은혜 변호사는 "단순 공증만으로는 추후 합의 내용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둘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친권'과 '양육권'은 다르다?…법원의 유일한 기준 '아이의 행복'


많은 이들이 혼동하지만 친권과 양육권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친권'은 아이의 수술 동의나 재산 관리처럼 중요한 법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양육권'은 아이를 곁에 두고 직접 돌보며 기를 수 있는 권리이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므4719 판결)에 따르면 이 둘은 분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대원칙은 단 하나, 바로 '자녀의 복리'이다(민법 제912조). 부모가 어떤 내용으로 합의했든, 법원은 오직 아이의 성장과 행복에 무엇이 최선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설령 부모의 합의가 있더라도 법원이 보기에 아이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면 직권으로 수정하거나 보완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결국 A씨와 B씨의 사례는 사실혼 관계를 정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편의나 합의가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이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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