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진실 밝힐 골든타임...132m 공포의 질주, '페달의 진실' 가릴 마지막 기회
D-10, 진실 밝힐 골든타임...132m 공포의 질주, '페달의 진실' 가릴 마지막 기회
페달 블랙박스는 '가속' 가리키는데 운전자는 '뇌질환' 호소
법원, 10일간의 '추가 진실 규명' 시간 허락했다

'22명 사상' 부천 돌진사고 낸 60대 구속심사 /연합뉴스
경기 부천 제일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1t 트럭 돌진 사고의 가해 운전자 A(67)씨에 대한 구속 기간이 전격 연장됐다.
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22명의 사상자를 낸 이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물리적인 시간을 더 확보했다.
법조계는 이번 연장 결정이 단순히 수사가 덜 끝났다는 의미를 넘어, '페달 오조작'이라는 명백한 증거와 '뇌질환'이라는 운전자의 항변 사이에서 의학적·과학적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132미터의 질주, 엇갈리는 진실
사건은 지난달 13일 오전 10시 54분경 발생했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 한복판, A씨가 몰던 트럭이 갑자기 1~2m를 후진하더니 이내 굉음과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갔다.
트럭은 무려 132m를 내달렸다. 시장을 찾은 방문객과 동료 상인들, 그리고 길가에 놓인 매대들이 순식간에 트럭에 휩쓸렸다. 이 사고로 20대 남성 1명과 60~80대 여성 3명 등 총 4명이 숨졌다. 시장 상인 3명을 포함한 18명의 시민이 중경상을 입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 수사 결과,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됐다. 트럭 내부에 설치된 이른바 '페달 블랙박스'다. 영상에는 A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A씨의 명백한 운전 미숙, 즉 페달 오조작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자신이 5년 전부터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운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사고 당일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질병과 사고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도, 동시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우회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법원이 '10일'을 더 허락한 이유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달 30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A씨의 구속 기간을 오는 10일까지로 열흘 연장했다. 법원이 검찰의 연장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구속 기간은 기본 10일이지만, 수사를 계속함에 있어 '상당한 이유'가 인정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1차례(최장 10일) 연장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 연장의 배경에 크게 두 가지 핵심 쟁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는 사건의 중대성과 피해 규모다. 4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18명을 다치게 한 대형 참사다. 특히 부상자 18명에 대한 상해 정도를 정확히 확인하고 진단서를 수집하는 과정만으로도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향후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둘째는 치열한 법리 다툼에 대비한 정밀 감정의 필요성이다. A씨가 앓고 있는 '모야모야병'이 실제 운전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 감정이 필수적이다. 비록 A씨는 운전에 지장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페달 오조작'이 질병에 의한 일시적 신체 마비나 발작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부주의인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기소 시한 임박, 검찰의 칼끝은 어디로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페달 블랙박스라는 과학적 증거와 뇌질환이라는 의학적 변수가 충돌하는 복합적인 사건이다. 검찰이 확보한 추가 10일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골든타임'인 셈이다.
형사소송법 제205조에 따라 법원은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연장된 기간 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차량 정밀 감식 결과와 의료 자문 등을 종합하여 공소사실을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 만료일인 오는 10일 이전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시장 한복판을 덮친 비극의 원인이 단순한 실수였는지, 아니면 예견된 위험이었는지, 그 최종 결론에 시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