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80억원대 재산' 오빠에게 다 준다는데… 5억 받고 상속 포기해?
어머니 '80억원대 재산' 오빠에게 다 준다는데… 5억 받고 상속 포기해?
20년 부양한 오빠의 '기여분'과 내가 받은 '특별수익' 10억, 향후 유류분 계산에 미칠 영향은

A씨가 80억대 어머니 재산을 모두 큰 오빠에게 상속한다는 조건으로 5억원의 합의 제안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가족들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현재 어머니 명의로 된 70억~80억원대 부동산을 큰오빠 B씨에게 증여하는 대신, A씨에게는 5억원을 지급하고 향후 모든 상속 관련 분쟁을 끝내자는 내용이었다.
20년 넘게 어머니를 모신 B씨와 달리, A씨는 과거 아버지에게 10억원가량을 지원받은 전력이 있다. 언뜻 보면 불리하지 않은 제안 같기도 하다.
하지만 수십억원의 재산이 오가는 상황에서 섣불리 도장을 찍기 불안하다. 과연 A씨는 5억원을 받고 합의서에 서명해도 괜찮을까? 향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A씨의 몫은 정말 없는 걸까?
10년 전 상속은 '시효 만료'…승부처는 할머니 재산
우선 A씨의 가족 관계를 보면, 2013년 12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한 차례 상속이 이뤄졌다. 당시 A씨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동의하고 서명까지 마쳤다.
변호사들은 이 2013년 상속에 대해서는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상속 개시 시점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며 "2013년 아버지 사망으로 인해 이미 10년이 경과하여 법적 청구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진짜 문제는 아직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어머니의 재산이다. 현재 어머니 명의로 된 70억~80억원대 부동산은 법적으로 어머니의 고유 재산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등기명의자인 어머니의 재산으로 보게 된다"며 "가족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큰오빠 몫'이라고 인식해 왔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현재 지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빠에게 증여해도 '유류분' 권리는 남아…계산법은?
결론부터 말하면, 어머니가 이 재산을 오빠 B씨에게 모두 증여하더라도 A씨의 상속 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 사망 후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가 남기 때문이다.
유류분이란 법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말한다. 어머니의 상속인이 세 자녀(A씨, B씨, 작은오빠)뿐이라면 A씨의 법정상속분은 1/3이고, 유류분은 그 절반인 1/6이다.
B씨가 미리 증여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으로 취급돼 나중에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된다. 법무법인 호안 조선규 변호사는 "만약 어머니 명의 부동산 80억원이 큰오빠에게 증여된다면, A씨의 유류분액은 약 13.3억원(80억원 x 1/6)이 된다"고 계산했다.
변수는 '기여분'과 '특별수익'…5억 합의, 적정한가
물론 이 계산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두 가지 큰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오빠 B씨의 '기여분'과 A씨가 받은 '특별수익'이다.
B씨가 20년 이상 어머니를 부양한 사실은 상속재산 분할 시 기여분으로 인정돼 B씨의 몫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A씨가 과거 아버지에게 받은 10억원은 A씨가 미리 받은 상속분(특별수익)으로 계산돼, 최종적으로 받을 유류분에서 공제될 가능성이 높다.
조선규 변호사의 계산에 따르면 A씨의 유류분액(약 13.3억원)에서 특별수익(10억원)을 빼면 유류분 부족액은 약 3.3억원 수준이 된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 기여분 인정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5억원 합의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장래의 소송 기간과 비용, 기여분 인정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하는 대가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함정…'사전 상속포기 각서'는 법적 효력 없어
하지만 변호사들은 합의서 작성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향후 상속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합의는 절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어머니가 생존한 상태에서 작성하는 '향후 상속포기' 약정은 법적인 상속포기로서 효력이 없다"며 "대법원도 상속개시 전 상속포기약정은 무효라고 명확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5억원을 받고 상속포기 각서를 써주더라도 이 각서는 무효이므로 나중에 유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분쟁 과정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사용될 여지는 있다.
이에 변호사들은 합의서를 작성하려면 '상속 포기'라는 문구 대신, '향후 이와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식의 '부제소 합의' 조항을 넣거나 5억원을 특별수익으로 명확히 하는 등 정교한 법률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