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냐, 범죄냐' 지적장애 연인과의 관계, 법정에 서다
'사랑이냐, 범죄냐' 지적장애 연인과의 관계, 법정에 서다
"그녀가 먼저 원했다"는 녹취에도…부모 신고에 '장애인 준강간' 위기

SNS로 만난 지적장애 여성과 합의 하에 교제한 남성이 여성 부모의 신고로 '장애인 준강간' 혐의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SNS로 만나 사랑을 키운 23세 지적장애 여성. "애 낳고 싶다"며 적극적이던 그녀와의 관계가 부모에게 발각되며 남성은 성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서로 합의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항거불능'이라는 법의 엄격한 잣대 앞에 그의 사랑과 진실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상대방의 지적장애 사실 알게 됐지만 계속 만나
A씨는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23세 여성 B씨와 사랑에 빠졌다. 교제 도중 B씨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의사소통이 잘되며 카톡맞춤법도 잘맞추어 그닥 장애정도가 심하지않다싶고 제 마음속의상처를 잘보듬어주고 이쁜말을해주니 계속만나게되었습니다"라며 애틋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깊어졌고, 11월부터는 성관계도 가졌다. 그러나 평화는 B씨의 부모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깨졌다. A씨는 "여자친구의 부모가 신고를 한다고 통보를 해 매우 두려운 상황입니다"라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준강간'?
A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준강간'이다. 이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 즉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김진배 변호사는 "만약 장애인을 준강간 또는 강간한 것으로 고소가 된다면 일반적인 성인에 대한 강간등과 달리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따라 매우 가중처벌(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법무법인 서한 최원재 변호사 역시 "벌금형 없이 매우 중하게 처벌되는 범죄이므로 적극적인 방어권행사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랑의 행위가 한순간에 인생을 파멸시킬 중범죄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상호합의' 증명이 유일한 희망
A씨의 유일한 희망은 두 사람의 관계가 강제가 아닌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관계의 자발성을 입증할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첫관계를 여자친구가 먼저 청한 메세지도 남아있습니다"라고 밝혔으며, 심지어 모텔 안에서의 대화까지 녹취해뒀다. 해당 녹취에는 B씨가 "애정표현과 애무 등을 먼저해주는 내용과, 관계할 때 먼저 올라와서 해주고, 애를 낳고싶다는 등의 내용이 녹취가 되었습니다"라고 할 만큼 적극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A씨께서는 관계가 서로의 동의와 애정 표현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메시지, 녹취 자료 등을 확보하고 계시므로, 이는 중요한 방어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라며 A씨가 가진 증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장애 인지하고도 관계 지속한 사실 자체가 불리
하지만 법적 다툼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법무법인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다만 상대방이 장애인인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은 불리한 지점으로 보이고, 이 사건 부인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특히 이 부분에 신경 써서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장애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관계를 지속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배 변호사 또한 "상대방에서 가진 증거를 알 수 없고, 또한 장애인이라는 피해자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에 초점을 맞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억울하게 혐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A씨가 가진 증거들이 B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행사되었음을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