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절친, 오늘은 성추행범”… SNS 농담이 내 발목 잡을 때
“어제는 절친, 오늘은 성추행범”… SNS 농담이 내 발목 잡을 때
증거 없는 성추행 고소, 과거 SNS 대화가 쟁점으로… 법률 전문가들이 말하는 '억울한 고소' 대처법

절친이 A씨를 성추행범으로 고소한 뒤 과거 둘이 나누었던 SNS 속 '19금 농담'을 증거로 제시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어제는 절친, 오늘은 성추행범”… SNS 농담이 내 발목 잡을 때
어제의 절친이 오늘의 '성추행범'으로 나를 지목했다. 경찰서에서 날아온 고소장, 혐의는 강제추행. 뚜렷한 물증은 없지만, 고소인은 과거 둘이 나눴던 SNS 속 '19금 농담'을 들이밀었다.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확신하는 A씨에게, 친구와 웃고 떠들던 대화 기록은 이제 목을 조여오는 시한폭탄이 됐다. 억울함만 호소하다가는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A씨의 법적 방패를 긴급 점검했다.
SNS 농담, 성추행의 '스모킹 건' 될 수 없다
A씨의 심장을 옥죄는 가장 큰 공포는 '19금 농담'이 성추행의 증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지점에서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성추행은 상대 의사에 반하는 '물리적 접촉'이 핵심이지만, 성희롱은 주로 '언어적 표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성희롱과 성추행은 엄연히 다른 법적 개념"이라며 "성희롱 증거가 성추행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A씨의 안일한 대응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가온길 백지은 변호사는 "성희롱을 섣불리 인정하는 순간, 성추행의 책임까지 떠안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며 전략적 실수를 가장 경계했다. 따라서 성추행 혐의는 전면 부인하되, SNS 대화는 '친구 사이에 상호 합의된 소통'이었음을 강조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계정 삭제? '증거인멸' 덫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셈
궁지에 몰린 A씨는 흔적을 지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문제의 SNS 계정을 삭제해버리면 이 지긋지긋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 생각은 A씨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 '최악의 수'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상대방이 이미 대화 내용을 캡처해 증거로 제출했다면 계정 삭제는 아무 의미 없이 불리한 인상만 남길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증거인멸'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계정을 비활성화하면 증거인멸로 의심받기 딱 좋다. 그대로 두는 것이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인스타그램 본사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며 A씨의 섣부른 행동이 아무런 실익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억울하니 무고죄 맞고소?' 성급한 반격은 필패의 지름길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억울함에 A씨는 '무고죄 맞고소'라는 반격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이 역시 섣불리 꺼내 들었다간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허위 사실임을 명백히 알면서도' A씨를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했다는 점을 A씨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성추행 혐의가 무혐의로 끝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무고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는 "성추행이 전부 허위라는 확신이 있다면 무고죄 고소까지 진행될 수 있다"면서도 "그 전에 정확한 사실관계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무고죄 카드는 일단 접어두고, 제기된 성추행 혐의를 방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경고했다.
골든타임은 경찰 첫 조사, '일관된 진술'만이 유일한 무기
결국 전문가들이 A씨에게 제시한 유일한 해법은 '체계적인 초기 대응'이다. 성범죄 사건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결국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르는 저울추가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결국 수사기관은 A씨와 고소인 중 누구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일관적인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이 싸움이 결국 '진술의 신빙성' 싸움임을 역설했다.
따라서 법률 전문가들은 A씨에게 강력히 권고한다. ▲성추행 사실이 없다면 경찰 첫 조사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할 것. ▲SNS 대화는 친구 사이에 합의된 농담이었음을 명확히 설명할 것. ▲사건 당일의 행적을 증명할 알리바이(CCTV,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를 최대한 확보할 것.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와 함께하며 진술의 일관성을 지켜나갈 것.
친구의 고소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붙잡아야 할 동아줄은 억울함의 호소가 아니다. 첫 조사실 문을 열기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논리의 방패'다. 모든 법적 분쟁의 승패는 결국 감정이 아닌, 냉철한 첫 대응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