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성폭행당했습니다, 조금 모자란 사람인데…" 경계선 지능, 처벌에 영향 줄까?
"아내가 성폭행당했습니다, 조금 모자란 사람인데…" 경계선 지능, 처벌에 영향 줄까?
지인이라 믿고 만났다가 모텔서 피해…'두 번 거절'했지만 소용없어

지인에게 성폭행당한 아내의 사건을 남편이 신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아내 B씨는 최근 고등학교 선배 C씨를 만났다. C씨는 B씨가 사는 곳 근처까지 직접 찾아왔고, B씨는 말이 잘 통하는 선배라고 생각해 편하게 만남에 응했다.
그러나 C씨는 B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행위를 요구했다. B씨가 두 번 이상 거절했지만, C씨는 강제로 옷을 벗기고 B씨를 성폭행했다.
집에 돌아온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A씨는 아내의 휴대전화를 보고 C씨가 지속적으로 성적인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아내가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자, A씨는 곧바로 아내와 함께 지구대로 가서 사건을 신고하고 해바라기센터도 방문했다.
A씨에게는 또 다른 걱정이 있다. 아내 B씨가 평소 주변으로부터 '이해도가 조금 떨어진다', '조금 모자란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지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는 아내의 지능검사를 의뢰해, 만약 '경계선 지능' 판정이 나온다면 가해자 처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애태우고 있다.
'두 번 거절'했는데도 강제로…'동의 없는 관계'는 명백한 강간
변호사들은 B씨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C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텔에 자발적으로 따라갔다는 사실만으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인의로 강유진 변호사는 "두 차례 이상 명확히 거절했음에도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했다면, 형법상 강간죄 성립 여부가 핵심적으로 수사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강간죄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 역시 "모텔에 자발적으로 동행했다는 사실이나 평소 친분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건 직후 신고하고 해바라기센터까지 방문한 경위 역시 중요하다"고 짚었다.
'경계선 지능' 진단, 일반 강간죄보다 무거운 처벌의 열쇠 될까
특히 변호사들은 B씨의 인지 능력 수준이 가해자 처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B씨가 지능검사를 통해 '경계선 지능'이나 그에 준하는 진단을 받을 경우, 가해자가 B씨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했다고 판단돼 더 무거운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아내분이 인지 능력이 다소 부족하거나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신다면, 이는 상대방이 심신미약 상태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강간죄 성립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가해자의 죄질이 더욱 무겁게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경계선 지능 또는 준하는 진단을 받게 되면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일반 강간죄(3년 이상 유기징역)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일부 신중한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검사 결과만으로 성폭행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었는지, 상대방이 피해자의 특성을 알고 이를 이용한 정황이 있는지가 함께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해자의 합의·공탁 시도…성급한 대응은 금물
수사가 진행되면 가해자 측에서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합의를 시도하거나 일방적으로 법원에 돈을 맡기는 '형사공탁'을 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이때 성급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더든든 법률사무소 조수진 변호사는 "합의를 거부하고 끝까지 처벌을 원하는 것도 피해자의 권리"라며 "합의금 수령 시 합의서 문구에 따라 처벌불원 의사로 해석되어 가해자 형량이 크게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가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공탁을 하더라도 피해자가 반드시 수령할 필요는 없다. 법무법인 헌정 송인혁 변호사는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기습 공탁을 걸 경우, '공탁금 수령 거부 의사표시' 및 '엄벌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여 감형을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기 증거가 사건 방향 결정"…문자 메시지 확보 시급
사건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자메시지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신고 당시 지구대 경찰이 촬영한 사진이 있지만, 현재 담당 수사관은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신결 윤주만 변호사는 "수사 실무상 초기 증거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한다"며 "지구대 담당 여경에게 내일 바로 연락하여 당시 촬영된 문자 사진의 수사기록 편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에 당시 상황이 담긴 문자 기록 등 증거를 철저히 보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실된 메시지 복구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