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SNS 저격글, 친구는 '검찰 송치', 나는 '경찰 종결'... 왜?
똑같은 SNS 저격글, 친구는 '검찰 송치', 나는 '경찰 종결'... 왜?
같은 내용으로 명예훼손 고소했지만 결과는 정반대. 경찰의 '사건 종결' 결정에 억울한 피해자에게 법률 전문가 12인은 '엄벌 탄원서'가 아닌 '이의신청'이 정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감정적인 엄벌탄원서는 효과가 없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똑같은 SNS 저격글로 고소했는데 친구 사건은 검찰로, 내 사건은 경찰 선에서 종결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똑같은 SNS 저격글에 시달려 친구와 함께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친구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지만(검찰 송치), 내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종결(불송치)됐다.
변호사가 없어서 이런 차별을 받은 걸까. 억울함에 잠 못 이루던 A씨는 당장 검찰청에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라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과연 A씨의 생각대로 엄벌 탄원서를 내면 경찰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순서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엄벌 탄원서'는 정답이 아니다… '유죄' 확정 후 꺼내는 카드
법무법인 선(Suhn Law Group)의 김민후 변호사는 "경찰이 사건을 종결한 불송치 상황에서 엄벌탄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단 이의신청을 통해 죄가 있는 것으로 인정돼야 그다음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단계에서 엄벌탄원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엄벌 탄원서는 범죄 혐의가 인정된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서류이지, 무혐의로 판단된 사건을 다시 수사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의미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 역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엄벌탄원서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거들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의 최광희 변호사도 "경찰이 불송치결정을 한 이상 엄벌탄원서를 낸다고 하여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어보인다"며 절차를 따를 것을 강조했다.
경찰 결정 뒤집을 유일한 열쇠, '이의신청'을 하라
그렇다면 A씨가 취해야 할 올바른 절차는 무엇일까?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법은 바로 '이의신청'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고소인은 결정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경찰서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경찰은 의무적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검사는 경찰의 판단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 검찰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여 사건을 검토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엄벌탄원서 제출과 함께 이의신청을 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싸움의 시작은 '불송치 이유서' 확보부터
무작정 이의신청서부터 쓰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싸움의 첫 단추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유서'를 받아보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지영 변호사는 "불송치이유서를 받아 보고, 경찰의 불송치 이유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으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 바란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왜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어떤 증거가 부족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그 논리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정대리인(소송 등을 대신할 법적 권한을 가진 사람) 유무가 결정을 가른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대리인이 없어서 불송치된 것이 아니라 증거 부족 등의 이유일 가능성이 크므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을 검토한 후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결국 법적 다툼은 감정적인 호소가 아닌, 정해진 절차 안에서 논리와 증거로 승부하는 과정이다. 억울한 마음에 탄원서부터 찾았던 A씨. 이제는 차가운 이성으로 불송치 이유서를 분석하고, 그 허점을 파고드는 이의신청서를 준비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