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부터 4.4 파면까지…대한민국 운명 가른 '내란 1년' 타임라인 정리해 봤다
12.3 계엄부터 4.4 파면까지…대한민국 운명 가른 '내란 1년' 타임라인 정리해 봤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헬기가 국회에 내리꽂힌 그날
탄핵, 대선, 그리고 '달그림자' 법정 공방까지
숨 가빴던 365일의 기록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4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 해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딱 1년 전 오늘이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TV 화면 속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믿기 힘든 단어가 튀어나왔다. '비상계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평온한 저녁 시간에 터져 나온 이 선언은 마치 비현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날 밤 국회 앞마당에 군 헬기가 착륙하고, 무장한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으로 진입하던 모습은 여전히 우리 뇌리에 선명하다. 불법 계엄 선포 1주년을 맞아,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순봉 기자는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을 복기했다.
"기자들도 몰랐다"…'대왕고래' 설이 '계엄' 현실로
1년 전 그날 아침, 용산 대통령실 기자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이 무언가 발표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 실체는 안갯속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을 출입했던 박순봉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같은 정책 발표가 아닐까 추측했었다"고 회상했다. 계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브리핑룸에 장비가 세팅됐고, 밤 10시가 넘어 생중계가 시작됐다.
야당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담화는 곧장 폭주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며 계엄을 선포했다. 박 기자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을 듣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결국 야당을 잡으려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앞섰다"고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담 넘은 국회의장, 그리고 새벽 1시의 반전

계엄 선포 직후, 국회는 전장이었다. 군용 헬기가 국회 본청 뒤 운동장에 착륙했고, 특전사가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의 주인인 의원들조차 출입이 막혀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야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회복력은 빨랐다. 날짜가 바뀐 12월 4일 새벽 1시, 여야 의원 190명이 본회의장에 모였다.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윤 대통령은 새벽 4시 30분경 이를 수용하고 군을 철수시켰다. 악몽 같았던 '계엄의 밤'은 그렇게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이는 거대한 폭풍의 시작일 뿐이었다.
탄핵 가결, 그리고 아수라장이 된 체포 현장
계엄 사태의 후폭풍은 거세게 몰아쳤다. 12월 14일, 국회는 압도적인 표차(가 204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법의 심판대에 그를 세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공수처와 대통령 경호처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박 기자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지지자들에게 '체포를 막으라'고 독려하는 등 공권력끼리 맞붙는 아노미(무질서)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1월 18일 영장 심사가 열린 서울서부지법은 또 한 번 무법천지가 됐다.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소화기를 난사하고, 영장 전담 판사를 찾아다니며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헌재의 파면 선고, 그리고 6월의 선택
모든 혼란을 잠재운 건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선고였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하며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질타했다. 재판관 전원 일치 파면 결정이었다.
이어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은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승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부부... "달그림자"와 "아무것도 아닌 사람"
1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죄 및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여론조사 조작 개입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정에 선 그들의 말은 또다시 화제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며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고, 김 여사는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기자는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어 재판받는 상황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내년 초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적인 특검 논의 등 법적 공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법 계엄 선포로부터 딱 1년.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가장 위험했던 밤을 넘어, 법치와 민주주의의 시스템으로 그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