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 로비 밝혀지지 않았지만…특검 "수사 외압 사실만으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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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 로비 밝혀지지 않았지만…특검 "수사 외압 사실만으로 충분"

2025. 11. 24 12:1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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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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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임성근 구명 로비' 규명 실패에도 기소 강행

"직권남용죄, 동기 없어도 '행위'만으로 처벌 가능"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연합뉴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지난 21일,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 12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전격 기소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정작 대중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퍼즐 조각' 하나가 빠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바로 사건의 방아쇠로 지목됐던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이다.


해병특검 수사 결과 발표하는 정민영 특검보 / 연합뉴스
해병특검 수사 결과 발표하는 정민영 특검보 / 연합뉴스


특검팀은 수사 기간 내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구명을 시도했고, 이것이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개입으로 이어졌다는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이 '범행 동기'가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동기가 없는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느냐"며 공소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과연 그럴까? 법리적으로 뜯어보면 특검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멋쟁해병'과 사라진 연결고리… 미궁에 빠진 그날의 술자리

사건의 핵심 인물 관계도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관계를 뜯어보면 의혹의 줄기는 선명하다.


의혹의 시작점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컨트롤 타워'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임성근 전 사단장이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인 '멋쟁해병'의 멤버였다.


당초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와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이들이 2022년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이 술자리에는 배우 박성웅 씨도 동석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의혹의 시나리오는 구체적이다.


채 상병 순직 후 자신이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될 위기에 처하자, 임 전 사단장이 친분이 있던 이 전 대표에게 구명을 요청했고, 이 전 대표가 평소 관리하던 김건희 여사 라인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며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시킨 배경이 완벽하게 설명된다.


침묵하는 증인들, '스모킹 건'은 없었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과 진술이 끝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키맨'인 이종호 전 대표는 "임 사단장을 구명해 줄 위치에 있지 않다"며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멋쟁해병' 대화방 참여자들도 입을 맞춘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로비 루트로 의심받던 개신교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벽에 부딪혔다.


김장환 목사 등 주요 참고인들은 특검의 소환에 불응했고, 법원이 지정한 증인신문마저 거부했다.


결국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왜 무리하게 수사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동기' 부분을 공백으로 남겨둔 채 공소장을 작성해야 했다. '왜'가 빠진 공소장, 과연 법정에서 통할 수 있을까?


'왜'는 몰라도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일반적인 상식과 법리의 괴리가 발생한다.


대중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니 무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법조계의 판단은 다르다.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요건을 뜯어보면 특검의 승부수가 읽힌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했는가, 둘째 그로 인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가, 셋째 이 사실을 알고도 행했는가(고의)이다. 여기에 '범행 동기'는 필수 구성요건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을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동기)는 법적으로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잣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통령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적법하게 진행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를 방해하고 기록을 회수하게 한 '행위' 그 자체만 입증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동기는 양형 사유일 뿐"… 특검의 '사실관계' 승부수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항명 수사 지시, 기록 회수 등 일련의 과정은 군 통수권자의 재량 한계를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만으로도 직권남용 입증은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법적으로 매우 타당한 전략이다.


과거 국정원 직원들의 직권남용 사건이나 여러 뇌물 사건 판례를 보더라도, 구체적인 동기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어도 범죄 행위 자체가 증명되어 유죄가 선고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동기는 재판부가 형량을 정할 때 참작하는 '양형 조건'일 뿐, 범죄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물론 '구명 로비'가 밝혀진다면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개입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특검이 향후 공판 과정에서 증인 신청을 통해 이 부분을 계속 파고들겠다고 예고한 이유다.


하지만 설령 로비의 실체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드러난 수사 외압의 '팩트'만으로도 법적 심판대 위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동기 없는 범죄'라는 변호인단의 방패를, '명백한 행위'라는 특검의 창이 어떻게 뚫어낼지,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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