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폰은 못 열어준다"…'진술거부권' 방패 뒤에 선 尹, 정당한 침묵일까
"내 아이폰은 못 열어준다"…'진술거부권' 방패 뒤에 선 尹, 정당한 침묵일까
윤석열 전 대통령, '이중 잠금' 아이폰 비번 제공 거부
수사 핵심 증거 앞에서 특검 '속수무책'

윤석열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면서 특검팀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순직해병 특검팀'의 칼끝이 막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이폰 앞에서다. 특검이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스모킹 건'으로 지목한 압수물은, 얼굴 인식과 비밀번호라는 이중 잠금장치에 굳게 닫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면서, 이번 사건은 개인의 헌법 권리와 국가의 진실 규명 의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시험대가 됐다.
비밀번호 거부, 헌법이 보장한 '진술거부권'인가
특검은 지난 11일 윤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에서 아이폰 1대를 확보했지만, 디지털 포렌식은 열흘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비협조를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 행사라는 주장에 근거를 둔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비인간적인 고문이나 강압에 의한 자백을 막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다.
핵심 쟁점은 '비밀번호'를 '진술'로 볼 수 있느냐다. 비밀번호는 피의자의 기억에 의존해 특정 정보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물리적 협조 요청을 넘어 '진술'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본다. 따라서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는 헌법상 진술거부권 행사로 볼 소지가 크다.
다만 진술거부권 행사가 곧바로 법적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구속영장 심사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남아있다.
아이폰이 만든 '사법 블라인드존', 진실은 저 너머에
윤 전 대통령의 '권리' 행사가 더욱 강력한 방패가 된 데에는 기술적 문제, 바로 '아이폰'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아이폰은 비밀번호와 페이스 아이디 등 다중 보안 체계가 적용돼 현존하는 기술로는 잠금 해제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결국 법 집행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법 블라인드존'을 만들어낸다. 2016년 미국 FBI가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애플에 요청했지만, 애플이 고객 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하면서 전 세계적인 논쟁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를 보호하려는 기술 발전이, 역설적으로 범죄 수사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사법 정의의 발목을 잡는 딜레마가 발생한 것이다.
열지 못한 아이폰, 이대로 돌려줘야 하나
시간은 특검의 편이 아니다. 포렌식 작업이 기약 없이 길어질 경우, 윤 전 대통령 측은 법원에 '압수물 환부 청구'를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압수의 필요성이 없어지면 압수물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으로서는 "기술 발전에 따라 추후 잠금 해제가 가능할 수 있다"거나 "통신 기록 등 다른 증거와 대조하기 위해 계속 보관해야 한다"며 압수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장기간 포렌식이 불가능한 상태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설 것이다.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만약 환부 결정이 내려진다면, 특검은 'VIP 격노설'의 진위를 밝힐 핵심 증거를 눈앞에 두고도 속절없이 돌려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