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충' 한 마디에 고소…모욕죄 될까? 변호사 12인의 답은
'디시충' 한 마디에 고소…모욕죄 될까? 변호사 12인의 답은
단어 하나만으론 판단 불가, '전후 맥락'이 핵심…초범일 경우 벌금 50만원, 민사 위자료는 100만원 안팎에서 형성

온라인 신조어 '디시충' 사용이 모욕죄가 되는지는 단어 자체가 아닌 전체 문맥으로 판단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디시충’이라 했다가 고소당했습니다”…온라인 신조어,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인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디시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모욕죄로 두 건의 고소를 당했다는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진지충', '행복충'처럼 흔히 쓰는 인터넷 용어라고 생각했지만,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자 덜컥 겁이 났다.
과연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를 지칭하는 '디시충'이라는 표현은 법의 심판대에 오를 만큼 모욕적인 말일까. 12명의 변호사들이 내놓은 답을 통해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단어 하나 아닌 '전체 문맥'이 관건
변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단어 하나만으로는 모욕죄 성립을 단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디시충이란 단어 자체 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으나, 댓글 전체의 내용에 따라 모욕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의 최광희 변호사 역시 "해당 단어를 사용하게 된 전후 사정과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며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로베리의 강성백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법원은 단어 하나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하는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못 박으며, "그 단어가 포함된 대화나 게시글의 맥락 전체를 살펴봐야만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벌레' 비하 담겼다면…'찐따'도 유죄 판례
그렇다면 법원이 판단하는 '맥락'이란 무엇일까. 핵심은 해당 표현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릴 만한 '경멸적 감정'을 담고 있는지 여부다. 형법상 모욕죄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할 때 성립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기존 판례에서도 ‘벌레’(충)라는 표현이 경멸적 의미로 사용될 경우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사례가 있다"며 "'디시충'이라는 단어가 특정인을 직접 겨냥하거나 조롱, 비하의 의도가 담겼다면 모욕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법원은 '모쏠', '찐따' 같은 표현도 사용된 맥락에 따라 경멸적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모욕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무죄'
모욕적인 표현이라도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피해자 특정성'이라 부른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주변 정황상 특정인을 지목하여 위와 같은 표현을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면 모욕죄를 따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인터넷 아이디만 알 수 있을 뿐, 그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현실의 누구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A씨가 '디시충'이라는 표현을 썼더라도 그것이 온라인상의 닉네임을 넘어 현실의 특정인을 가리킨다는 점을 제3자가 인식할 수 없다면 처벌이 어렵다는 의미다.
유죄라면 벌금 50만원, 합의금은 100만원 선
만약 모욕죄가 인정된다면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모욕죄가 성립하더라도 초범이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면 통상 50만원 내외의 벌금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사상 위자료는 일반적으로 30만~100만원 정도가 청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수사가 시작되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며 변호사를 통해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 "섣부른 단정 금물…맥락 소명이 핵심"
결론적으로 '디시충'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유죄도, 무죄도 아니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가 "만일 위 표현이 전부라면 일단 혐의를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듯, 모든 것은 표현이 사용된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에 달려있다. 따라서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성현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비하 의도가 없었으며 일반적인 표현으로 사용되었음을 주장하는 것이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