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안 나는데…" 중개보조원, 전세사기 공범 몰려 출국금지
"기억도 안 나는데…" 중개보조원, 전세사기 공범 몰려 출국금지
년 전 단순 사무보조, 사기방조 혐의 날벼락…변호사들 “섣부른 진술 금물”

부동산 중개보조원으로 일했던 A씨가 기억도 없는 전세 계약에 연루되어 사기방조 혐의로 고소당하고 출국금지까지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저는 해당 계약 자체가 아예 기억나지 않고, 임대인도 임차인도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2년 전 생계를 위해 부동산에서 중개 보조원으로 일했던 A씨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세사기 공범으로 몰려 출국금지까지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중개보조원의 단순 업무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면서도, 출국금지 조치는 사안이 매우 중대함을 의미한다며 첫 경찰 조사부터 변호인과 함께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무보조만 했는데"…기억 없는 계약, 날아든 고소장
코로나19 시기 생계 문제로 2022년부터 2년간 부동산 사무실에서 일했던 A씨는 최근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2022년 4월 28일자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사기방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으니 경찰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였다.
A씨는 “저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중개보조원으로 사무보조 업무만 했을 뿐입니다”라며, 고소장에 적힌 임대인이나 임차인은 물론 계약 자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A씨가 개업공인중개사와 함께 임대인의 채무 상태 등 중요 사실을 숨겨 임차인을 속였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수사가 진행되다가 중지됐었고, 최근에는 출국금지까지 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표적수사처럼 느껴집니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알고 도왔나'가 핵심…"어설픈 추측이 자백될 수도"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혐의가 인정되려면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사기방조는 임대인의 기망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이하게 했다는 고의가 인정되어야 하고, 단순 보조·전달 업무만 수행했다면 책임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임대인의 재정 문제를 알면서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A씨의 상황에 대해서는 섣부른 진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남희수 변호사는 “특히 ‘기억은 없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답변은 고의나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당시 자신의 역할이 보조 업무에 한정되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출국금지'는 중대 신호…"반드시 변호사와 동행해야"
전문가들은 특히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점을 매우 심각한 신호로 해석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장휘일 변호사는 “이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를 동행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사기방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는 혐의가 동시에 걸려 있고, 출국금지까지 된 상황은 수사기관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전세사기 사건과 연관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의 정진열 변호사는 “최근 '전세 사기' 관련 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중개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한꺼번에 입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A씨의 사건이 광범위한 수사의 일부일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첫 조사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따라서 첫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와 동행하여 진술을 교정받고 방어권을 철저하게 행사하시기를 강력히 권장해 드립니다”라며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