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만들고 바로 삭제, 처벌되나요?"
"딥페이크 만들고 바로 삭제, 처벌되나요?"
변호사들 "법적으론 처벌 대상" 경고하는데…법 조항 뜯어보니 '반전'

성폭력처벌법상 '반포할 목적'이 없는 딥페이크 제작 행위는 처벌이 어렵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 셔터스톡
호기심에 해외 딥페이크 앱으로 가상 사진을 만들고 죄책감에 바로 삭제했다면 처벌될까?
강화된 딥페이크 처벌법을 두고 변호사들마저 "법리적으론 처벌 대상"이라고 경고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처벌법 조항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것'이 없다면 처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법과 현실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법률 전문기자가 짚어봤다.
"만들고 지웠을 뿐인데"…잠 못 이루는 불안감
최근 한 법률 상담 플랫폼에는 "텔레그램이 아닌 스토어에서 해외 딥페이크 어플을 다운받고 어플 안에서 단순 제작,소지 시 사건화되어 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을지요? (유포x) 이후 죄책감을 느껴 해당 앱을 삭제, 제작한 사진도 삭제하더라도 말이죠"라는 절박한 질문이 올라왔다.
AI 기술을 이용해 특정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혼자 만들어보고 삭제한 경우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법적으론 범죄" vs "현실적으론 안전"…변호사들의 '조건부' 답변
이러한 불안감에 대해 변호사들은 법리적 원칙과 현실적 가능성을 구분해 설명했다. 먼저 '처벌 대상이 맞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딥페이크를 단순히 제작, 소지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라고 말했고,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 역시 "제작하지 않고 소지만 해도 처벌됩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두 변호사는 결정적인 단서를 달았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딥페이크 어플을 다운 받고 단순히 제작해본 뒤 삭제한 것 만으로 해당 사안이 사건화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셔도 되겠습니다"라고 덧붙였고, 백 변호사 역시 "다만 설시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누군가의 고발 등이 없는 이상 사건화 가능성은 낮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실제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법 조항에 숨은 결정적 단서…'이것' 없으면 처벌 불가
변호사들의 현실적인 조언은 법 조항에 근거한다. 딥페이크 범죄를 규율하는 핵심 법률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를 정밀 분석한 결과, 처벌의 '핵심 열쇠'가 숨어있었다.
이 법은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합성하는 행위를 처벌하지만, 그 전제 조건으로 '반포 등을 할 목적'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거나 판매할 목적 없이 순수한 개인적 호기심으로 제작했다면, 제작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더욱이 법률 분석에 따르면,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딥페이크 영상물을 단순히 가지고만 있는 '소지'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 자체를 두고 있지 않다. 일부 변호사들 '소지만으로도 처벌된다'고 언급한 것은, 반포 목적이 있거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해당하는 등 다른 법률이 적용되는 복잡한 상황을 전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조심해야 할 이유…'다른 범죄'로 열린 판도라의 상자
그렇다면 이제 안심해도 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그 이유에 대해 "다만 수사기관에서 이와 같은 범행이 있었음을 알기 어렵기에, 불법촬영 등 다른 죄로 수사를 받다가 여죄가 발각되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전혀 다른 범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어 휴대폰이나 PC가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에 들어갈 경우, 과거에 삭제했던 딥페이크 제작 흔적이 드러날 수 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유포 목적'이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고, 당사자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겪게 된다.
김경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재범 방지를 위해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완전히 삭제하고,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순간의 호기심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수사'라는 이름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