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폭로글'에 '좋아요 봇' 돌렸다가 경찰서에?…어느 직장인의 '악몽'
친구 '폭로글'에 '좋아요 봇' 돌렸다가 경찰서에?…어느 직장인의 '악몽'
평범한 직장인 김씨가 친구를 위로하려던 행동 하나로 명예훼손 공범으로 몰린 사연을 통해 '디지털 공감'의 법적 책임을 심층 분석한다.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유료 '좋아요 봇'을 이용한 A씨가 명예훼손 공범으로 몰리게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친구 위로하려 '좋아요 봇' 썼다가 명예훼손 공범?…'단순 공감'과 '인위적 확산'의 법적 책임
평범한 직장인 김씨의 스마트폰이 울린 건 어느 평일 오후였다. 발신지는 관할 경찰서.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돼 조사받으셔야겠습니다." 김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며칠 전, 헤어진 연인에게 배신당했다며 울분 섞인 '폭로글'을 SNS에 올린 친구가 떠올랐다. 안타까운 마음에 '좋아요'를 누르고, 더 많은 사람의 위로를 받으라며 유료 '좋아요 봇'까지 돌려준 게 화근이었다.
"친구 위로하려 했을 뿐인데…경찰서라니요?"
김씨는 억울했다. 친구의 글에 동조하고 위로를 보태고 싶었을 뿐, 누군가를 해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단순 '좋아요'와 달리, 돈을 써서 '좋아요'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린 행위는 정말 범죄가 되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 공감'과 '의도적 확산'은 법의 저울 위에서 무게가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좋아요'를 눌렀다는 사실만으로 명예훼손죄의 공범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개인의 감정 표현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비용을 들여 인위적으로 '좋아요'를 구매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게시물의 전파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높인 행위이므로 경찰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씨의 '선의'가 법적으로는 '전파를 위한 의도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확성기' 틀어준 당신, 명예훼손 공범입니다"
수사기관은 왜 김씨의 행동을 문제 삼았을까. 바로 명예훼손 범죄의 '공동정범(범죄를 함께 실행)' 또는 '방조범(범죄를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NS 알고리즘은 '좋아요'가 많은 게시물을 더 널리 퍼뜨린다. 김씨가 사용한 '좋아요 봇'은 친구의 폭로글에 '확성기'를 달아준 셈이다.
법무법인 JLP 장동훈 변호사는 "'좋아요 봇' 사용은 게시글 확산을 의도적으로 조장한 행위"라며 "원 게시물 작성자와 암묵적으로나마 '함께 범죄를 저지르자'는 의사가 결합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 사이에 명시적인 약속이 없었더라도, 순차적·암묵적 의사 결합만으로 공범 관계를 인정한다. 김씨가 친구의 폭로 행위를 인지하고, '봇'으로 확산을 도운 행위가 바로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실명 없어도 '저격글'이면 유죄…'비방 목적'이 핵심"
애초에 친구가 올린 폭로글 자체도 법적으로 안전하지 않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굳이 실명을 쓰지 않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만 있다면 성립한다. 설령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면 처벌 대상이다. 개인적 복수심에 기반한 폭로는 공익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김씨는 친구의 '비방 목적'에 동조하고, '좋아요 봇'이라는 수단으로 범죄 결과를 더 쉽게 만들었다는 법적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김씨가 친구와 함께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선의가 낳은 최악의 결과…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나"
친구를 위로하려던 순수한 마음이 경찰 조사라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온 상황. 김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좋아요 봇'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명예훼손에 가담할 '고의'가 없었고, 오직 친구를 위로하려는 목적이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무심코 누른 '좋아요'는 당신의 자유지만, 알고리즘을 조작해 여론을 움직이려는 시도는 더 이상 가벼운 '손가락 장난'이 아니다. 디지털 세상의 공감과 위로에도 결코 넘지 말아야 할 법의 경계선이 있다는 사실을 김씨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