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워서 씻었을 뿐"…공연음란죄 피의자 된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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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워서 씻었을 뿐"…공연음란죄 피의자 된 남성

2026. 04. 16 11:3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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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혐의 인정했다가 '번복 불가' 위기, 변호사들 조언은?

한 남성이 공중화장실에서 가려움 때문에 성기를 씻다가 공연음란죄 혐의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화장실에서 가려움증 때문에 성기를 씻었을 뿐인데 공연음란죄 피의자가 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무심코 '그럴 수 있겠다'고 답한 것이 '자백'으로 기록되면서 꼼짝없이 성범죄자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한 한 남성의 사연이다.


'위생 행위'였다는 절박한 호소와 '자위행위의 흔한 변명'이라는 차가운 시선이 맞서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혐의를 벗기 위한 '골든타임'과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녹물 닿아 가려워서"…화장실 세면대에서 벌어진 비극


사건은 2026년 2월 26일 오후 3시경, 한 상가 건물 남자 화장실에서 발생했다. A씨는 대변을 본 후 잠시 졸았다가, 성기가 변기 테두리에 닿아 불쾌감과 오염을 느껴 세면대로 향했다.


하지만 안쪽 세면대에서 나온 녹물이 성기에 닿으며 극심한 가려움증이 시작됐다. 그는 바깥쪽 세면대로 옮겨 여러 차례 씻었지만 가려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행동은 가려움증을 해소하기 위한 위생 행위였을 뿐, 성적 목적이나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바로 그때, 여자아이들의 키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이 동영상으로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장실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A씨는 극심한 수치심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이후 신고자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깊은 미안함과 함께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정합니다" 한 마디에…돌이킬 수 없는 '자백'이 되다


억울함도 잠시,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조사관이 "공용 화장실 세면대에서 성기를 씻는 행위는 공연음란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자, 법을 잘 몰랐던 그는 "알겠다, 인정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한마디는 조서에 그대로 기록됐다. A씨는 "변호사를 찾아가니 수사관도, 변호사도 '자위 행위 하려는 사람의 흔한 변명일 뿐'이라며 믿어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가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씻는 동작을 할 때는 복도가 보이지 않고, 고개를 들어 뒤로 이동해야만 외부에서 보이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미 조서에 남은 '인정' 진술은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상황이었다.


"위생행위일 뿐" vs "가능성만으로도 유죄"…변호사들 '갑론을박'


A씨의 상황에 대해 변호사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는 무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일권 변호사는 "남성 화장실 안에서 성기를 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연음란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혐의 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김정호 변호사 역시 "위생상 이유로 성기를 씻은 것이라면 음란한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대다수 변호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홍윤석 변호사는 "이미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조서가 작성되었다면, 이제 와서 전면적으로 무죄를 다투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연음란죄의 '공연성' 요건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병철 변호사는 "공연성은 실제로 여러 사람이 봤는지보다 불특정인이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하며, A씨의 상황이 법리적으로 불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골든타임은 '송치 전'…현장 증거 확보가 관건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송치 전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무룡 변호사는 "송치 전 단계에서 대응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송치 이후에는 선택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빠른 선임이 중요합니다"라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구체적인 대응 전략도 제시됐다. 김준환 변호사는 A씨가 직접 확인한 화장실 구조가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씻는 동작 중에는 복도가 보이지 않는 구조'는 고의적인 노출이 아닌 '우연한 노출'임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라며 이를 통해 무혐의나 기소유예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병철 변호사는 "지금은 송치 연기를 요청해 두고 바로 현장사진, 복도 시야 확인자료, 세면대 위치도, 당시 가려움 경위와 반복 세척 이유를 정리한 진술서를 준비하셔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결국 A씨가 억울한 성범죄자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자백'으로 비칠 수 있는 진술을 바로잡고, '위생 목적'과 '우연한 노출'임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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