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다음 날 '권고사직', 그리고 4차례 실업급여…법원은 부당해고로 봤다
출근 다음 날 '권고사직', 그리고 4차례 실업급여…법원은 부당해고로 봤다
중앙노동위원회 등 "부당해고 맞다"
법원 "합의한 사직 아냐…실업급여 수령은 해고 성립된 뒤 발생하는 것"

직원을 채용한 지 하루 만에 구두로 권고사직을 통보해 해고한 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첫 출근 하루 만에 권고사직을 구두로 통보해 해고한 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한 화장품 제조업체가 "근로자 A씨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아들인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업체)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한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의 경영지원실장으로 입사했다가 이튿날 그만두게 됐다. A씨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생각했지만, 업체 측은 A씨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A씨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인용 결정을 받았다.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업체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같은 결론이 나오자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업체 측은 자사의 재정난과 A씨의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권고사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도 거부감 없이 동의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서로 합의 하에 이뤄진 퇴직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A씨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서면으로 해고사유나 해고시기를 통지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해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해고 당일 A씨가 업체 측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녹취파일도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줬다. 당시 업체 관계자가 해고 사유에 대해 "경영상의 이유가 맞다"고 하자, A씨는 "제가 더 드릴 이야기는 없는 것 같고, 저는 저 나름대로 하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로관계를 합의 해지한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A씨가 일방적인 해고 의사를 확인하고, 본인이 해고됐음을 전제로 향후 대응을 모색하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부당해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퇴사 1주일 만에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신청해 4차례 실업급여를 수령한 점이 자발적 퇴사의 근거라는 업체 측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은 해고가 이미 성립된 뒤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원고(업체)와 합의해 근로관계를 해지했다는 근거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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