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결근 잦다고 직원 월급 깎은 사장님… 법원 "함부로 삭감 안 돼"
지각·결근 잦다고 직원 월급 깎은 사장님… 법원 "함부로 삭감 안 돼"
연예기획사 전 임원, 경쟁사 이직해 경업금지 위반
지각비 명목 월급 삭감 주장한 사측엔 철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억 원의 위약금을 물게 된 사내이사라도, 그가 받지 못한 밀린 급여의 절반은 생계유지를 위해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예인 매니지먼트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에서 일하던 직원 A씨, B씨와 사내이사 C씨는 회사를 상대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류연중 판사는 피고 주식회사가 원고들에게 각각 미지급 급여 등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각했으니 월급 깎겠다"… 법원 "함부로 삭감 불가"
먼저 사측은 일반 근로자인 A씨와 B씨가 재직 중 수차례 결근과 지각을 했다며 이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단호히 물리쳤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되어야 하며, 사용자가 임의로 일부를 공제하는 것은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엄격히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에게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을 합친 약 6,696만 원을, B씨에게는 약 2,748만 원을 전액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무늬만 이사? "출퇴근 자유로웠다면 퇴직금 없다"
가장 치열한 쟁점이 된 것은 사내이사 C씨였다. 전략기획실 이사로 재직한 C씨는 자신이 이름만 임원일 뿐 실제로는 근로자라며 3,600만 원 상당의 법정퇴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C씨가 일정한 출퇴근 시간이나 장소에 구속받지 않았고, 대표이사로부터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으로 일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연히 퇴직금 청구도 기각됐다.
경쟁사로의 이직, 2억 원대 위약금 부메랑
문제는 C씨의 은밀한 이직이었다. C씨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퇴사 후 3년 동안 경쟁사에 취직하거나 용역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경업금지 의무(경쟁업종 취업 금지) 조항에 서명했다. 이를 어길 시 계약 연봉의 두 배를 위약금으로 낸다는 조건도 있었다.
하지만 C씨는 재직 중이던 2022년 9월 경쟁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심지어 C씨가 퇴사한 직후, 경쟁사는 재직하던 주식회사가 운영하던 '아이돌 투표 플랫폼'과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C씨가 경쟁사에 용역을 제공해 명백히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계약대로 C씨의 연봉의 두 배인 약 2억 1,480만 원을 회사에 위약금으로 물어내라고 인정했다.
위약금으로 밀린 월급 덮으려다 제동
회사 입장에서는 C씨에게 주지 않은 밀린 급여 약 6,917만 원을 이 막대한 위약금 채권으로 '퉁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법의 논리는 달랐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급여 채권의 절반(1/2)은 채무자 본인과 가족의 기본적인 생계 유지를 위해 압류가 금지된다. 재판부는 임원의 보수라 할지라도 그 액수가 현저히 과다하지 않은 이상 이 같은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결국 법원은 회사가 2억 원이 넘는 위약금 채권을 핑계로 C씨의 밀린 급여 전체를 안 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압류가 금지된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은 상계할 수 없다며, 회사가 C씨에게 미지급 급여의 절반인 약 3,458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직접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단5353874 판결문 (2026. 1. 15.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