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한 범죄집단"이라면서도…2심 재판부, 조주빈에 징역 42년 '3년 감형'
"전무후무한 범죄집단"이라면서도…2심 재판부, 조주빈에 징역 42년 '3년 감형'
1심에서 총 징역 45년형 선고받았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2심 재판부 "피해자의 삶 완전히 파괴됐다" "전무후무한 범죄집단 조직"
하지만 형은 3년 감형된 '징역 42년'

1심에서 징역 45년이 선고된 조주빈에게 2심 재판부가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조주빈과 그 일당들에 대해 "전무후무한 범죄집단 조직"이라고 표현했지만, 1심보다는 형을 깎았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달 최후진술에서 "법이 저를 혼내주길 바란다"고 했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앞서 검찰은 "무기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1심에서 총 징역 45년형을 선고받았던 조주빈의 형량은 징역 42년. 3년이 줄었다.
1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 부장판사)는 '박사방 조직'을 "전무후무한 범죄집단"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피고인(조주빈)에게 교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아버지의 노력으로 피해자와 추가로 합의했다"고 감형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조주빈은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하는 내내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1시간 가까이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다가, 재판장이 "징역 42년에 처한다"고 하는 순간, 잠시 재판장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이후 조주빈은 "판결 요지를 이해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퇴정했다.
1심에서 총 17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조주빈. 그는 크게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성범죄 관련 혐의(①)와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②), 박사방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③) 등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성착취물 유포 및 범죄집단 조직 등 혐의(①⋅②)와 관련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재판장 이현우 부장판사)는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조주빈과 박사방 회원들에 대해 "범죄집단이 맞는다"고 봤다.
"박사방은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 구성⋅가담한 조직"이라며 "구성원들은 성착취물 제작, 그룹 관리와 홍보, 수익 환전과 전달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이 부장판사는 판시했다.
이후 지난 2월에는 박사방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은닉한 혐의(③)로 징역 5년이 추가됐다. 그렇게 앞서 선고된 징역 40년까지 더해 총 4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조주빈 측은 성범죄 관련과 범죄수익 은닉(①⋅③) 혐의는 일부 인정하지만, 범죄집단 혐의(②)는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추종자들을 이용했을 뿐 범죄집단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역할도 뚜렷하지 않았으니,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조주빈과 함께 기소된 공범들 역시 범죄집단 혐의를 벗어나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범죄집단 혐의를 부정한 이유는, 이 죄의 특성 탓이 컸다. 이 죄가 조직원 모두를 목적한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하는 강력한 조항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엄벌할 필요성이 큰 조직폭력배 또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만 적용됐는데, 성범죄에 적용된 건 이번이 최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범죄집단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이었다. "조주빈은 이들(열성⋅유료 참여자 등)의 요구에 따라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했고, 박사방을 운영한 뒤 6개월 동안 70명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등 혼자서 범행할 때보다 범죄 빈도와 횟수 등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범들은) 조주빈을 도와 피해자를 유인했고 개인정보 등을 조회했으며,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하는 등 범죄집단의 존속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며 미필적 고의를 들어 공범들까지 범죄집단조직죄로 묶어 처벌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들의 삶은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완전히 파괴됐다"며 "모두에게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문광섭 부장판사는 판시했다.
다만 "초범이고, 피고인(조주빈) 아버지의 노력으로 피해자 일부와 당심(2심)에서 추가로 합의했다"는 점을 이유로 조주빈의 형을 3년 줄여줬다.
이날 선고 공판이 열리기 30분 전부터 서울고법 법정 앞은 재판을 방청하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입장을 위해 줄을 서야 할 지경이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직원이 "(코로나19 상황이라) 40명으로 입장을 제한한다"며 통제에 나섰다.
재판이 시작되자 조주빈과 일당들은 1시간 내내 묵묵히 선고를 들었다. 주로 정면 또는 책상을 바라봤다. 선고가 이뤄진 후 법정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하게 법정 밖으로 빠져나갔다. 지난 재판까지 이들 옆자리를 지키던 변호인들도 대부분 보이지 않았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에서도 이날 법정을 찾았다. 위원회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의 판결은 이제 겨우 시작"이라며 "성착취물이 금전 거래가 되고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문화는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n번방 가해자들은 유별난 괴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의 누군가"라며 "조주빈이라는 한 사람뿐 아니라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구조와 문화가 근절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도 성착취 가해자들을 감형 없이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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