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휴대폰 속 '불법 촬영물'…피해자의 눈물, 법은 어떻게 답할까
남자친구 휴대폰 속 '불법 촬영물'…피해자의 눈물, 법은 어떻게 답할까
몰래 확보한 증거, 법적 효력은? 고소 없이 합의 가능할까…연인 간 불법촬영 법적 대응 총정리

잠든 남자친구의 휴대폰에 들어 있는 몰카 영상을 보고 A씨가 경악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잠든 남친 폰에서 발견된 내 영상…'불법의 증거' 손에 쥔 그녀의 선택은
“남자친구가 몰래 엉덩이와 가슴을 찍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인의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된 불길한 예감은 끔찍한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A씨는 남자친구가 잠든 사이 몰래 열어본 휴대폰에서, 자신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을 때 동의 없이 촬영된 성관계 영상과 신체 사진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의 민낯이 '불법 촬영'이라는 범죄였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A씨의 손은 떨렸지만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친구 휴대폰의 '지워진 파일 보관함'에 있던 영상과 사진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즉시 옮기고, 해당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를 확보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클라우드(원격 저장 공간)가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영상이 이미 유포되었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이제 막 대기업 연수를 시작한 A씨는 이 사건이 자신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까, 남자친구가 보복성 해코지를 하진 않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몰래 본 남친 폰, 증거로 쓸 수 있을까?"
가장 큰 고민은 증거 확보다.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동의 없이 열어본 것이 되려 자신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확보한 증거는 충분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입을 모은다. 검사 출신 서아람 변호사는 “상대방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풀어 정보를 확인한 부분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훨씬 중한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증거를 확인하려 한 행위는 정당행위로 보거나 혐의가 있더라도 기소유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법원 역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문제보다,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는 성범죄를 처벌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훨씬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증거 수집 과정의 작은 흠결이 중대 범죄의 증거 능력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오승윤 변호사 역시 “남자친구가 휴대전화의 사진을 삭제했더라도, 직접 찍어놓은 사진이 충분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통해 삭제된 원본 파일 복구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남자친구가 증거를 인멸하더라도 A씨가 확보한 사본만으로도 고소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소만이 답일까? 합의하고 끝낼 수는 없나"
A씨는 고소와 합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소 없이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고소 없이 합의할 수도 있으며, 변호사를 통해 공증을 받아 합의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합의서에 담길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호사들은 합의서에 ▲불법 촬영물 완전 삭제 및 추가 소지 금지 ▲온라인·클라우드 등 유포 사실이 없는지 확인 ▲향후 유포 시 고액의 위약금을 부과하는 '위약벌' 조항 ▲비밀유지 의무 ▲접근 및 연락 금지 조항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합의금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법무법인 세담 허유영 변호사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관계 및 촬영이 이뤄졌다면 준강간 혐의까지 더해져 합의금이 수천만 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합의가 결렬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증거는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영상 유포와 보복이 두렵다면… 해결책은?"
A씨의 가장 큰 공포는 '유포'와 '보복'이다. 개인 간 합의만으로는 유포 여부를 완벽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유포 여부는 사건이 접수된 후 수사기관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며 신속한 고소의 장점을 설명했다. 고소를 통해 가해자의 휴대폰, PC, 클라우드 계정 등을 압수수색하면 유포 흔적을 추적할 수 있다.
보복 범죄에 대한 두려움 역시 법적 조치로 막을 수 있다.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는 “접근금지가처분 신청과 경찰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하거나 전화, 메시지 등으로 연락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2차 가해를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A씨의 손에 들린 '불법의 증거'는 연인을 향한 고소장이 될 수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는 합의서가 될 수도 있다.
망설이는 순간 증거는 사라지고 피해는 확산될 수 있다는 것. 법은 침묵하는 자가 아닌, 용기 내어 자신의 권리를 찾는 자의 편에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