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그 영상' 올렸다가 삭제…'증거인멸' 아닌데 왜 불리할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구글에 '그 영상' 올렸다가 삭제…'증거인멸' 아닌데 왜 불리할까?

2026. 06. 23 10:3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영상 삭제 후 자수 고민, 변호사들 "섣부른 행동, 더 큰 화 부른다"

아청물 소지 혐의자의 영상 삭제는 법적 증거인멸죄는 아니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받아 불리한 양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두려워서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에 문제 영상을 올렸다가 계정이 정지된 한 남성의 고백이다.


아청물 소지 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공포심에 따른 영상 삭제는 과연 '반성의 증표'일까, '증거인멸 시도'일까? 법적으로 '증거인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왜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것일까?


자수와 증거인멸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그 법적 함의를 심층 분석한다.


"다음날 정지"…한순간의 실수, 되돌릴 수 없는 기록


사건은 한 남성이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린 절박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제 기억으론 2개 정도의 영상을 업로드한 다음 바로 정지되었고 주계정으로 썼습니다"라며, "계정 정지 직후 가지고 있던 영상은 바로 삭제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과 후회도 함께였다. 그는 "제 잘못된 행동을 굉장히 반성 중이고, 또한 너무 부끄러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증거인멸 오해" vs "반성의 의지"…변호사들의 엇갈린 시선


법률 전문가들은 영상 삭제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두고 신중하면서도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법률사무소 창신의 강민경 변호사는 "드라이브나 휴대폰 저장공간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것은 오히려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위입니다"라며 "특히 휴대폰 저장공간에서 삭제한 영상은 경찰의 포렌식 과정에서 복원되어 질문자님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영상을 삭제한 후 자진 제출한다 해도 증거 인멸 의도로 간주될 우려가 있어, 신중히 대응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하지만 즉각적인 삭제가 범행 후 깊은 반성과 재범 방지 의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라며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의견은 갈렸지만, 섣불리 휴대전화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강민경 변호사는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등 근거를 제시하며 휴대폰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에만 이에 응하시면 됩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내 죄의 증거' 없애도 죄는 안된다?…'증거인멸죄'의 진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자신의 범죄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우리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을 때만 증거인멸죄로 처벌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자신의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기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범인 자신이 증거를 인멸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면죄부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별도의 범죄가 되지 않을 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을 받아 양형(형벌의 수위를 정하는 것)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죄는 추가되지 않지만 벌은 무거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악의 선택 '유심 제거'…자수의 진정성까지 무너뜨리는 행위


질문자가 고민한 '유심만 제거한 후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하는 방법은 어떨까? 이는 자수를 결심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통화 기록 등 중요 정보가 담긴 유심을 제거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증거 은닉 시도'로 비칠 수 있다.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자수의 진정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반성의 의지를 의심받게 만들어 양형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변호사들의 조언은 한곳으로 모인다. 섣부른 자수나 임의 제출은 절대 금물이며, 반드시 법률 전문가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우선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 검토 후 자수 등을 진행하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청법 위반은 소지 자체만으로 중범죄인 만큼, 초기 대응이 사건의 향방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