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라며 돈 빌려줘놓고, 만남 강요…거절하니 사기죄로 신고하겠다는데
호의라며 돈 빌려줘놓고, 만남 강요…거절하니 사기죄로 신고하겠다는데
변호사들 "한쪽 당사자가 임의로 약속 변경할 수 없어"
한 번에 돈 갚지 않아도 되지만, 매달 약속한 금액은 갚아나가는 게 좋다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듣고 선뜻 도움을 준 사람. 호의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따로 의도가 있다는 걸 알게됐다. /셔터스톡·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식당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A씨는 요즘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기도 힘든 상황. 답답한 마음을 담은 하소연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자신의 상황을 이해한다며 위로를 해줬다. 이어 선뜻 도움을 주고 싶다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모르는 사람의 돈을 받는 게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됐지만 당장 굶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상황이 나아지면 차차 갚기로 했다. "한 달에 10만원씩 갚겠다"는 문자도 보냈다. 상대방 B씨도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 B씨에게 끈질기게 연락이 왔다. 성추행 발언을 일삼으며 "한번 만나자"고 했다. 이를 거부하자 "당장 돈을 갚으라"며 "안 그러면 신고하겠다"고 자신을 압박했다. 나중에야 이러려고 도움을 줬나 싶었지만, 이미 받은 돈으로 밀린 월세 등을 낸 터라 여유가 없는 상황. B씨의 연락을 차단하고 싶지만, 사기죄로 고소할지 몰라 겁도 난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B씨의 말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빌린 돈을 10만원씩 나눠서 갚겠다는데 서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변호사배우미법률사무소'의 배우미 변호사는 "채권자(B씨)가 임의로 그 약정 내용을 바꾸어 한 번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설령 A씨가 B씨에게 사기죄로 고소당해도 불리한 건 없다. 돈을 빌려주는 데 조건을 걸지 않았고, "나눠서 갚겠다"고 한 부분도 증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빌린 돈은 나눠 갚기로 약속했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있다"며 "A씨가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도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약 1년 동안 나눠 갚기로 약속했고, A씨가 실제로 갚아나가고 있다면 사기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로 약속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A씨가 돈을 꼬박꼬박 갚아 나가야 사기범으로 몰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배우미 변호사는 "가능하면 매달 갚기로 한 돈을 갚도록 하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B씨가 A씨에게 보내는 문자 내용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제13조)다. 해당 법은 전화나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면 처벌한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배우미 변호사는 "A씨가 거부했는데 성적수치심을 줄 만한 메시지를 보낼 경우, B씨에게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B씨의 요구를 계속 거절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법적 대응을 고려해볼 것을 조언했다.
백창협 변호사도 "B씨를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