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 2년 만에 터진 맞바람, 유책배우자 공방의 결말은?
졸혼 2년 만에 터진 맞바람, 유책배우자 공방의 결말은?
서로 ‘간섭 금지’ 서명했는데도 외도는 죄가 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50대 남성 A씨는 1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왔지만, 2년 전부터 아내와 '졸혼'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아내의 외도였다. 가정주부에서 화장품 판촉업체 직원으로 새 출발한 아내는 회식과 야유회를 핑계로 집을 비우기 시작했고,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잠든 아내의 휴대폰에서 모르는 남성의 전화를 받게 된 A씨는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했다.
핸드폰 속에는 아내와 직장 동료의 불륜 증거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A씨가 아내를 추궁하자, 아내는 예상외의 제안을 했다. "이혼은 하지 않되, 서로의 사생활에는 간섭하지 말자. 가사와 육아, 생활비도 반씩 부담하자"는 내용의 졸혼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두 아들을 위해 가정을 유지하고 싶었던 A씨는 결국 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 후 2년간 두 사람은 한 집에 살면서도 남남처럼 지냈다.
직장 동료와의 새로운 인연, 그리고 아내의 분노
졸혼 상태에서 A씨는 직장 동료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돌변했다. A씨의 직장까지 찾아가 상대 여성의 뺨을 때리고 직장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결국 A씨는 직장 동료와 함께 근무지를 옮기고 정직 처분까지 받게 되었다.
이제 A씨는 아내와 정식으로 이혼하고 싶지만, 아내는 "당신이 바람피운 유책배우자라서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A씨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한국 이혼법의 딜레마
한국의 이혼법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따른다. 이는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동거, 부양, 협조, 정조 등 혼인 관계의 의무를 위반했을 때, 그 상대방(무책배우자)에게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반면 '파탄주의'는 부부 쌍방의 책임과 상관없이 혼인이 파탄되었다는 결과만 인정되면 이혼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A씨의 아내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유책주의 원칙이다.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점점 유책주의의 한계를 인정하며 파탄주의적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졸혼 계약서가 만든 특별한 상황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졸혼 계약서'다. 부부 간에는 법적으로 정조의무가 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정행위가 된다. 하지만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졸혼 계약서는 사실상 정조의무를 면제하기로 한 약속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 계약서는 아내의 외도 이후 아내의 요구로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A씨의 직장 동료와의 교제를 단순히 '부정행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원의 판단 기준과 승소 가능성
1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류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A씨의 이혼청구 승소 가능성을 높게 봤다. 첫째, 졸혼 계약서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A씨를 유책배우자로 보기 어렵고 둘째, 아내의 2년 전 부정행위는 시효가 지났지만, 민법 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년간 서류상으로만 부부관계를 유지해온 점, 양측 모두 부정행위를 한 점, 더 이상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