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내지 마' 빚 갚을 길 막는 채권자, 함정인가?
'돈 보내지 마' 빚 갚을 길 막는 채권자, 함정인가?
판결 앞두고 돌연 수령 거부…사기죄 몰릴 위기, 해법은?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하고 연락이 두절되면, 섣부른 송금 대신 법원에 돈을 맡기는 '변제공탁'을 활용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대여금 소송에서 성실히 돈을 갚아오던 피고가 판결 직전 채권자로부터 '더 이상 돈을 보내지 말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한 번에 전액을 갚으라며 연락까지 끊어버린 채권자의 돌변에 피고는 사기죄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떠안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섣부른 송금은 분쟁만 키울 뿐이라며, 이 상황을 타개할 법적 해법으로 '변제공탁'을 지목했다.
"보내지 마라" 일방 통보…벼랑 끝에 선 채무자
대여금 민사소송을 홀로 진행 중인 A씨는 판결을 코앞에 두고 황당한 상황에 부닥쳤다. 소송 직후 채권자와 나눈 변제 계획에 따라 매달 두 차례씩 꾸준히 돈을 송금해 왔지만, 최근 채권자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채권자는 A씨에게 "변제계획에 동의한 적이 없고, 이는 임의적 송금일 뿐이니 더 이상 보내지 말라"며, 자신은 한 번에 전액을 받을 것이고 이제 연락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통보했다.
채권자의 소송 서류에는 '기망'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형사 고소 압박까지 느끼는 상황이다. 빚을 갚고 싶어도 갚을 길이 막힌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섣부른 송금은 '독'…전문가들 "정답은 변제공탁"
전문가들은 채권자가 명확히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무턱대고 송금을 이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한장헌 변호사는 “민사소송법상 원고가 명시적으로 수령을 거부한 경우, 이후 임의 송금은 '변제 제공'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오히려 분쟁만 늘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심준섭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상황에서 일방적 송금은 변제로 인정받기 어렵고, 오히려 분쟁만 키울 수 있습니다”라며 섣부른 송금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변제를 멈추면 자칫 불성실한 채무자로 비칠 수 있다. 이 상황의 가장 확실한 해법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변제공탁'을 제시했다.
홍현필 변호사는 “원고가 일시불 지급을 요구하며 수령을 거부해 송금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민법 제487조에 따른 변제공탁 절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변제공탁은 채권자가 돈 받기를 거부할 때 법원에 돈을 맡겨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는 제도로, 이를 통해 채무자는 변제 의사를 공식적으로 증명하고 불필요한 이자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사기 혐의, '성실 변제' 기록이 최강의 방패
A씨를 옥죄는 또 다른 공포는 '사기죄' 고소 가능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씨가 꾸준히 보여준 변제 노력이 형사 고소에 대한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형법상 사기죄는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빌렸을 때 성립하는데, A씨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홍현필 변호사는 “민사 소송 제기 전후로 답변서의 약속대로 매달 성실하게 분할 변제를 수행해 온 객관적 사실은, 애초에 가해 의사나 기망의 목적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라고 단언했다.
배성권 변호사 또한 “계속하여 변제를 하실 경우 형사사건에 양형자료로서 참작은 될 것이며, 또한 당초부터 기망의 의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소송 과정에서 성실히 돈을 갚아 온 이체 내역과 변제 의사를 담은 서면들이 A씨를 사기 혐의에서 지켜줄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