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채팅 만남 거절하자…AI로 사진 합성해 '남자 구해요' 협박
오픈채팅 만남 거절하자…AI로 사진 합성해 '남자 구해요' 협박
온라인서 만난 상대가 사진 도용 후 AI로 변형해 유포…변호사들 "명백한 협박·명예훼손, 즉시 증거 확보 후 고소해야"

만남을 거절하자 상대방은 A씨의 사진을 AI로 합성해 배너를 걸고 '남자 구한다'는 제목의 채팅방을 개설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네 사진 저장했다"…만남 거절하자 내 얼굴이 '남자 구함' AI 합성 사진으로 돌아왔다
잠깐 보여준 프로필 사진이 '남자 구한다'는 AI 합성물이 되어 돌아왔다. 온라인에서의 짧은 호의가 끔찍한 디지털 범죄의 표적이 된 순간이었다.
'만남 거절했더니 네 사진 저장했다'…돌변한 익명의 그림자
사건은 익명의 공간인 오픈채팅방에서 시작됐다. 말이 잘 통한다고 느낀 상대와 개인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이어가게 된 A씨. 상대방이 얼굴을 궁금해하자, A씨는 잠시 자신의 사진이 있는 '멀티프로필'을 상대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상대방의 집요한 만남 요구에 A씨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거절이 계속되자 상대방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A씨에게 "너 사진 다 저장했고 사과하는 게 좋을 거임"이라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멀티프로필을 잠시 보여줬던 그 짧은 순간, 상대가 프로필 사진들을 모두 저장했음을 암시하는 섬뜩한 경고였다. A씨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상대를 차단했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내 얼굴이 '남자 구함' AI 합성사진으로…투명 감옥에 갇히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픈채팅방을 둘러보던 A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얼굴을 AI로 교묘하게 변형한 듯한 사진이 배너로 걸린, '남자 구한다'는 제목의 채팅방이 개설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사진 속 인물은 분명 나를 닮았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가해자가 'AI로 만들었을 뿐, 네 사진이 아니다'라고 발뺌할 여지를 남겨둔 교묘한 조롱이었다. 익명 참여가 막힌 채팅방은 들어갈 수도 없는 투명 감옥과 같았다.
변호사들 한목소리 "명백한 범죄, 증거부터 확보하세요"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명백한 복합 범죄에 해당하며, 즉각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2년간 경찰로 재직하며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주도했던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도용 및 협박죄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사례"라며 "'사진 다 저장했다'는 메시지는 형법상 협박죄의 명확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첫 번째 대응 수칙은 '증거 확보'다.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 협박 메시지, AI 변형 사진이 게시된 오픈채팅방 화면 등 모든 자료를 캡처해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증거들은 향후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에서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
협박·명예훼손·초상권 침해…가해자에게 물을 수 있는 '죄의 무게'
법조계는 가해자에게 여러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사과하는 게 좋을 거임"이라는 메시지는 상대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는 '해악의 고지'로, 형법상 협박죄(3년 이하 징역)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AI로 합성한 사진을 이용해 '남자 구한다'는 허위 사실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채팅방에 올린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7년 이하 징역)가 성립한다.
나아가 A씨의 동의 없이 사진을 저장하고 변형해 사용한 것은 그 자체로 '초상권 침해'라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AI 합성일 뿐' 발뺌하면? "전문 감정으로 100% 입증 가능"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가해자가 AI 합성 사진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부인할 경우'다. 이에 대해 최성현 변호사는 "상대방이 부인하더라도, 전문가 감정을 통해 이미지 도용 및 변형 여부를 입증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원본 사진과 합성된 사진을 대조 분석하면, 동일인의 초상을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지진 변호사(법무법인 리버티)는 "단순 신고가 아닌, 법리적 내용을 포함한 형사고소장을 정식으로 접수해 상대방을 특정하고 범죄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섣불리 가해자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추가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디지털 족쇄, '생존 수칙 3가지'로 끊어내라
결국 디지털 성범죄의 족쇄를 끊어내는 열쇠는 피해자 자신에게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생존 수칙'은 명료하다.
①가해자와의 접촉 즉시 중단,
②모든 대화와 게시물 캡처,
③경찰 신고와 플랫폼 삭제 요청 동시 진행.
섣부른 감정 대응이 아닌 냉철한 증거 확보와 신속한 법적 조치만이, 보이지 않는 가해자에게 실체적 책임을 묻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