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너무 힘드네요'…대법원 재판 중 합의 고민, 성범죄 피해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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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너무 힘드네요'…대법원 재판 중 합의 고민, 성범죄 피해자의 눈물

2025. 09. 16 13:2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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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 중 합의, 형량 영향 '미미'…전문가들 "민사소송으로 정당한 배상 받아야"

기나긴 법정 싸움에 지쳐버린 성범죄 피해자 A씨. 일찌기 그냥 합의해 버리지 않은 게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셔터스톡

"합의하면 이 지옥 끝날까"…대법원 문 두드린 가해자, 끝나지 않는 피해자의 고통


"1년 넘게 너무 힘드네요… 그냥 합의할 걸 그랬나 생각이 드네요."

강간치상 사건의 피해자 A씨는 기나긴 법정 다툼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끔찍한 범죄의 기억을 헤집으며 1심과 2심 재판을 버텨냈지만, 가해자는 반성 대신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가자 A씨의 고통은 기약 없이 연장됐다. '차라리 돈을 덜 받더라도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낼 수는 없을까.' A씨는 별도로 준비하던 민사 손해배상 소송마저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법원 재판 중 합의, 왜 '무용지물'에 가깝나?


A씨의 절박한 질문처럼 상고심(대법원 재판) 중에 가해자와 합의하는 것은 가능할까?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합의가 가해자의 형량을 낮추는 데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법원은 1·2심처럼 사실관계를 새로 따지는 '사실심(事實審)'이 아니라, 하급심 판결의 법률적 오류만 심리하는 '법률심(法律審)'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가 "상고심은 법률심이라 합의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 이유다. 즉, 재판이 거의 끝난 뒤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새로운 사실은 대법원의 판단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가해자는 왜 합의에 나서지 않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해자 입장에서도 상고심 단계에서 굳이 합의에 나설 이유가 없다. 합의를 해도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희박한데 굳이 합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로의 김수한 변호사는 "가해자 입장에서는 합의를 해도 양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합의를 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결국 피해자가 합의를 통해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어도, 가해자가 응하지 않아 합의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다.



형사재판과 별개로…'정당한 배상' 받으려면 민사소송으로


결국 법률 전문가들이 A씨에게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길은 '민사소송'이다. 지치고 힘들겠지만, 가해자의 범죄로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제대로 배상받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올인 법률사무소의 허동진 변호사는 "민사소송 진행 시 변호사가 대리 출석하고 본인은 출석 안 할 수 있다"며 A씨의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힘들다는 점 이해되지만, 소송을 해야만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3년의 시효'…피해 회복, 시간이 생명인 이유


특히 민사소송은 시간이 생명이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은 피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할 수 있다"며 신속한 소송 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사 판결을 받아두면 가해자의 재산을 추적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리(집행권원)를 확보하게 되며, 이 권리는 10년마다 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 정의 실현과 심리적 안정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마주한 A씨에게 법조계는 명확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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