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아닌데 1천만원 달라니"…무고죄, 인정될까
"뺑소니 아닌데 1천만원 달라니"…무고죄, 인정될까
경찰도 '뺑소니 아님' 판단에도 합의금 요구…법조계 의견은 분분

교통사고 후 뺑소니범으로 몰려 1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받은 운전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 AI 생성 이미지
교통사고 후 뺑소니범으로 몰려 1천만원의 거액 합의금을 요구받고 있다는 운전자의 억울한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조차 뺑소니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상대방은 막무가내다.
이 경우, 허위 신고를 한 상대방을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명백한 무고'라는 주장과 '입증이 까다롭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집중 취재했다.
"도망 안 갔어요"…뺑소니범으로 몰린 운전자의 절규
억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 A씨는 교통사고 후 상대방으로부터 뺑소니로 신고당했다. A씨는 "저는 도주하지 않았고, 경찰도 행인이 먼저 현장이탈해 뺑소니는 아니라고 합니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경찰의 초기 판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신고를 빌미로 1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뺑소니를 하지 않았는데 뺑소니로 신고했으니, 허위사실로 신고한거 맞죠?"라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상대방의 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명백한 무고죄"…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고의'의 증거
다수의 변호사는 명백한 무고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본 사안은 명백한 무고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됩니다"라며 "경찰도 인정했듯이 실제 뺑소니가 아닌 상황을 뺑소니로 신고한 것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신고에 해당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를 근거로 천만원이라는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합의를 거부하겠다는 태도는 허위 신고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려는 고의성이 명백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라고 분석했다.
김차 변호사 역시 "뺑소니가 아닌데 합의금을 받을 목적으로 형사고소를 한 경우로 보입니다. 당연히 무고죄 성립합니다"라고 단언했다.
김묘연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사기관이 뺑소니가 아니라고 보는 상황에서도 합의금을 계속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허위 신고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A씨가 남겨주신 내용을 보았을때, 이미 상대방의 신고에 관하여 수사기관은 '행인이 먼저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신고 및 합의금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것은 허위사실로 신고를 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형사처벌을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협박에 해당하므로, 상대방에 관하여 무고 및 협박의 혐의로 고소를 진행하시는 것 또한 가능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신고만으로 처벌은 금물"…'오인 가능성'이라는 변수
반면, 무고죄가 성립하기는 매우 까다롭다는 신중론도 팽팽하게 맞섰다. 신고자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신고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높은 벽 때문이다.
박지영 변호사는 "A씨가 도주(뺑소니) 한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만으로 무고죄를 묻기 어렵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충분히 뺑소니로 '오인'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고의가 없었기에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른 한 변호사도 비슷한 맥락에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상대방의 행위가 허위사실 신고의 고의성을 추정할 근거가 된다고 보면서도, "다만, 무고 판단이 엄격하여 인정되는 경우가 드문 만큼,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경위와 증거자료를 검토, 면밀하게 사건을 진행하시길 권해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믿었다면, 그 믿음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엄격한 잣대…'허위'에 대한 '적극적 증명'이 관건
결국 법적 다툼의 향방은 A씨가 상대방 신고의 '허위성'과 '고의성'을 얼마나 명확하게 증명하는지에 달리게 된다.
법원은 무고죄(형법 제156조) 판단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만 한다. 단순히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라는 것이다.
신고자의 고의성 판단은 더욱 까다롭다. 대법원은 신고자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무시한 채 신고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법원은 "여기에서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함은 신고자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또는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신고자가 알고 있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의하여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3413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1천만 원이라는 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분명 무고의 '목적'을 의심하게 하는 강력한 정황이지만, 이것만으로 유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A씨가 무고죄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경찰의 뺑소니 불인정 판단 근거, 상대방과의 대화 녹음 등 객관적 증거를 철저히 확보해 법률 전문가와 심도 있게 상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