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가 무릎 꿇고 갑질 당해도, '나 몰라라' 한 골프장…정말 책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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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가 무릎 꿇고 갑질 당해도, '나 몰라라' 한 골프장…정말 책임 없을까

2022. 11. 15 15:37 작성2022. 11. 15 15: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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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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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진행 재촉했다며 '만취 갑질'…피해 캐디는 퇴사 후 적응장애 진단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대법 "캐디는 근로자 아니다"

골퍼는 형법상 강요죄 등으로 처벌 가능

골프장에서 캐디를 향해 무릎을 꿇게 하고 폭언을 퍼부은 만취 골퍼. 하지만, 골프장 측은 갑질을 당한 캐디에게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에 보장된 노동자가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런 골프장 측의 주장은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SBS뉴스 캡처

골퍼의 동반자로 일하고 있는 전국 약 3만명의 캐디들. 이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남 공주의 한 골프장에서 만취한 골퍼가 캐디의 무릎을 꿇게 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경기 진행을 재촉했다'는 게 갑질의 이유였다. 피해자는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캐디였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지난 14일 SBS가 보도한 내용. 하지만 골프장 측은 사건 이후에도 캐디에게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디가 법에 보장된 노동자가 아니어서, 안전배려 의무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냐⋯과거 대법원 판례가 근거

캐디가 갑질을 당했는데도, 이를 외면한 골프장. 법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문제가 없을까. 로톡뉴스는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사업주)에게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근로계약상 의무로,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의 생명⋅신체 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배려해야 할 의무다. 캐디가 근로자라면, 당연히 골프장도 이러한 안전배려 의무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엄밀히 따지면, 캐디는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게 맞는다"며 "골프장 측에 근로자의 안전을 배려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는 대법원 판례에 있었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캐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골프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개인사업자라는 게 핵심 이유였다.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이 없고, 월급이 아니라 캐디피 명목의 봉사료를 받는 점, 업무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 등도 근거였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아직 해당 대법원 판단을 뒤집는 판결이 보이지 않는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근로자성 인정될 수도 있어"

다만, 법률사무소 확신의 황성현 변호사는 "골프장 측이 '캐디의 근무에 얼마나 관여했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골프장에서 별도의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고, 구체적으로 캐디의 업무에 대해 지시한 사정 등이 있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확신'의 황성현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률사무소 확신'의 황성현 변호사. /로톡DB


이어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골프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진행 재촉'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것에 주목한 분석이었다. 황 변호사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며 "골프장이 수용 가능한 인원을 초과했던 것은 아닌지, 무리하게 빠른 진행을 재촉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갈등 발생의 본질적인 원인이 골프장에 있다면, 골프장 측 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골퍼에겐 강요죄 성립 가능…단, 벌금형 정도에 그칠 가능성

골프장 책임과 별개로 캐디에게 갑질을 한 골퍼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이성준 변호사는 "형법상 강요죄 등이 성립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324조 제1항). 이때 협박은 피해자에게 실제 발생 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을 경우를 의미한다.


이 변호사는 "구체적인 정황을 살펴봐야겠지만,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당시 골퍼가 술에 취한 상태였던 점, 골퍼와 캐디의 일반적인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처벌 수위에 대해선 "초범이라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벌금형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인 정황이 매우 악질적인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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