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혀 휘두른 팔에 휴대폰 날아가…정당방위일까, 특수상해일까
멱살 잡혀 휘두른 팔에 휴대폰 날아가…정당방위일까, 특수상해일까
새벽 횡단보도 시비 끝에 택시기사 상해 입힌 30대 여성, 경찰 출석 통보에 '구속' 공포…법률 전문가들 “구속 가능성 낮지만, ‘위험한 물건’ 쟁점될 수도”

택시기사에게 멱살을 잡힌 여성이 휴대폰으로 저항하다 기사를 다치게 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새벽 횡단보도 혈투, '정당방위'와 '특수상해' 사이…날아간 휴대폰이 운명 가른다
새벽 1시, 인적 없는 도로 위 점멸신호등이 깜빡이는 횡단보도. 한 30대 여성이 길을 건너는 순간, 택시 한 대가 그녀를 들이받을 듯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채 여성은 택시 앞으로 다가가 번호판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악몽 같은 시간이 시작됐다.
“애미애비도 없냐”는 택시기사의 욕설이 어둠을 갈랐다. 시비 끝에 차에서 내린 50대 후반의 남성 기사는 때릴 듯한 기세로 여성에게 다가왔다. 곧이어 기사는 여성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극심한 공포 속에서 여성이 멱살을 풀기 위해 온몸을 휘두르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은 기사의 이마에 맞았고, 이내 피가 흘러내렸다.
여성은 두려움에 질려 도망쳤고, 기사는 택시를 몰아 끈질기게 그녀를 뒤쫓았다. 며칠 뒤, 그녀의 집으로 경찰이 찾아와 출석을 요구했다.
“구속될까요?” 여성의 절박한 질문에 변호사들 “가능성 낮다”
수중에 가진 돈은 100만 원 남짓. 합의금은 커녕 벌금 낼 형편도 안 되는 여성은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구속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 등은 “구속 가능성은 낮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주거가 불분명하거나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있을 때 이뤄지는데, 여성이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한 이상 도주 우려가 낮다고 본 것이다.
쟁점 1: 방어인가 공격인가…‘정당방위’ 인정될까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여성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심야 시간, 인적 드문 장소, 50대 남성과 30대 여성이라는 체격 차이, 택시를 이용한 추가 위협 등은 피의자가 느낀 위험과 방어행위의 상당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며 정당방위 성립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택시의 위협 운전, 기사의 욕설과 위협적 행동이 선행되었다는 점, 방어 목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택시기사의 ‘부당한 침해’에 맞선 불가피한 행동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쟁점 2: 날아간 휴대폰, ‘우연한 사고’인가 ‘위험한 무기’인가
변호사들은 여성의 의도와 무관하게 날아간 ‘휴대폰’의 법적 성격에 주목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최경섭 변호사는 “휴대폰으로 택시기사를 때릴 의사가 아니었다면, 상해죄가 아니라 과실치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멱살을 풀려는 몸부림 속에서 우연히 벌어진 사고라는 점을 부각해 처벌 수위를 낮추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휴대폰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상대방은 특수상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법원은 때로는 휴대폰 같은 일상용품도 사용 방식에 따라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구두, 벨트, 자동차 열쇠 등 일상적인 물건이라도 사용 방식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면 '위험한 물건'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과거 위험 운전자를 제지하려다 휴대전화로 상대방의 얼굴을 때린 행위에 대해 특수상해죄를 인정한 하급심 판례도 존재한다.
만약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되면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반격 카드: “나도 피해자”…폭행·협박 ‘맞고소’ 전략
일부 변호사들은 방어에만 그치지 말고 ‘맞고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멱살을 잡은 행위는 폭행죄에 해당한다”며 “폭행당한 부분은 정식으로 고소를 진행하라”고 권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위협적 행위에 대한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임을 입증하고, 오히려 상대방을 역으로 고소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맞고소는 상대방과의 합의를 유리하게 이끌고, 정당방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여성이 당장 구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면서도,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법리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