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자식에겐 땡전 한 푼…" 남편의 유언, 법적 효력은?
"전처 자식에겐 땡전 한 푼…" 남편의 유언, 법적 효력은?
유언 공증해도 '유류분'은 살아있다…결국 돈 줘야 할 수도

남편이 전 재산을 아내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겨도 자녀의 유류분 권리는 막을 수 없다. / AI 생성 이미지
"내 전 재산을 아내에게 물려주겠다." 시험관 시술로 힘든 아내를 위해 남편이 굳은 결심으로 유언 공증을 준비하지만, 법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전처 자녀의 법적 권리인 '유류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언만으로는 상속 분쟁을 피할 수 없으며, 과거 지급한 교육비 등을 '특별수익'으로 주장하거나 상속세는 '신고 후 경정청구'하는 등 치밀한 법적, 세무적 설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 재산 아내에게"…공증 유언도 못 막는 '자식의 권리'
시험관 시술로 몸과 마음이 지친 A씨에게 또 하나의 무거운 고민이 생겼다. 상당한 재산을 가진 남편이 "사망한 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제외하고, 모든 재산을 아내에게만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남편의 굳은 결심이 담긴 유언 공증이 전처 자녀의 상속권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 법은 유언보다 앞서 '유류분'이라는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상속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증(유언)하더라도, 자녀의 유류분 청구권을 완전히 박탈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호평 배성환 변호사 역시 "전혼 자녀라는 사정만으로 상속권이 약해지지는 않으므로, 사전에 상속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거나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분쟁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덧붙이며, 과거 사정만으로 상속권 자체가 사라지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유류분, 얼마나 줘야 하나…'특별수익'으로 줄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A씨의 남편이 세상을 떠날 경우, 전처 자녀는 법적으로 얼마나 요구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배우자와 자녀 1인이 상속인일 경우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자녀 1의 비율로 나뉜다. 유류분은 이 법정상속분의 절반이다.
김앤현법률사무소 김현정 변호사는 "공정증서 유언으로 전혼자녀 상속을 배제하시더라도 직계비속의 유류분(법정상속분의 1/2, 즉 전체 재산의 1/5)까지 차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분석했다.
즉, 남편의 유언과 무관하게 전처 자녀는 전체 상속재산의 20%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응 전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남편이 자녀에게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교육비 등을 지원했다면, 이를 '특별수익'으로 인정받아 유류분 액수를 줄일 수 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전혼 시절 지급된 교육비나 재산분할 금액이 통상적인 부양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특별수익으로 주장하여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공제받는 전략이 실무상 유효하게 활용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다감 황준웅 변호사도 "이러한 특별수익이 이미 유류분액을 초과하거나 상당 부분 충족한다면, 실제 반환해야 할 금액은 현저히 낮아지거나 존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소송 터지면 세금 폭탄?…'선 신고, 후 정산'이 정석
복잡한 상속 분쟁은 세금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만약 유류분 반환 소송이 벌어질 경우 상속세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선(先)신고, 후(後)정산' 방식을 공통으로 제시한다. 일단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내에 유언 내용에 따라 A씨가 모든 재산을 받은 것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한 뒤, 추후 소송 결과에 따라 상속재산이 바뀌면 이를 근거로 세금을 다시 정산(경정청구)하는 것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만약 전혼 자녀의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제기되어 반환 금액이 확정된다면, 그 결과에 따라 실제 취득한 재산 비율에 맞춰 관할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진행하여 세금을 정산받는 방식으로 처리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 역시 "실무에서는 우선 유언 내용이나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신고·납부한 뒤, 이후 유류분 반환청구가 제기되어 실제 재산 귀속이 달라지면 그 결과에 맞추어 경정청구로 세금을 다시 정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늘어날 위험도 존재한다. 김현정 변호사는 "특히 배우자상속공제는 실제 분할·등기 여부와 연동되어, 유류분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공제 한도와 최종 세부담이 함께 흔들릴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는 유언장 한 장이 아닌, 유류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치밀한 사전 법률·세무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