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기만 했는데 가해자라니…억울한 쌍방폭행의 덫
맞기만 했는데 가해자라니…억울한 쌍방폭행의 덫
"진짜 맞기만 했냐" 경찰의 한마디, 정당방위 인정받으려면?

억울한 폭행 피해자가 방어 과정에서 '쌍방폭행'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새벽 귀갓길, 이유 없는 시비와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경찰은 "상대방도 다쳤다"며 쌍방폭행 혐의를 둔다. 방어를 위해 밀쳤을 뿐인데 가해자로 몰릴 위기다.
일방적 피해자가 순식간에 피의자로 전락하는 '쌍방폭행의 덫'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결정적 증거'와 '일관된 진술'이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왜 이러세요" 묻자 날아온 주먹…피 흘리며 쓰러져
평범했던 새벽 귀갓길은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A씨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하는 남성이 나타난 것이다.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남성은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길을 막아섰다. A씨가 "내가 뭘 잘못했냐, 나한테 왜 이러는거냐"고 항의하자, 남성은 오히려 A씨가 시비를 걸었다며 주먹을 휘둘렀다.
A씨는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상대를 밀어내는 수준으로 방어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얼굴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A씨는 그대로 쓰러졌고, 넘어진 상태에서도 발길질을 당했다. 피를 흘리는 A씨를 본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하며 "그만하라"고 소리친 뒤에야 폭행은 멈췄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더 큰 절망에 빠져야 했다.
"진짜 맞기만 했냐?" 피해자를 피의자로 만든 질문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와 가해자를 분리해 진술을 들었다. 그러나 가해자의 말을 듣고 온 경찰은 A씨에게 "진짜 맞기만 했냐, 그에게도 상처가 있다"며 추궁했다.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억울함과 당혹감에 휩싸인 A씨는 "때리려고 하길래 밀어내기만 했다, 때린 적이 없으나 경찰관분이 그렇다고 하시면 아무런 부정을 하지 않겠다"는 체념 섞인 답을 하고 말았다.
수사기관이 '쌍방폭행'으로 사건을 볼 가능성이 커진 순간이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쌍방 폭행'의 사안으로 볼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대방이 내세우는 일부 상해 사진은 쌍방 폭행의 근거자료로 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상대방은 사건 직후 몸에 남겨진 상흔을 근거로 자신도 가격을 당하였음을 주장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상대방의 전략을 예측했다.
'정당방위'와 '쌍방폭행'의 경계…핵심은 '소극적 방어'
그렇다면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없을까. 전문가들은 '싸움에는 정당방위가 없다'는 통념과 달리,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저항은 정당방위로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가온길 백지은 변호사는 "사건 당시 A씨께서 누가 봐도 일방적으로 맞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짝 몸을 밀쳐낸 정도라면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공격 의사 없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과거 유사 사건에서 가해자의 폭행에 대한 '소극적인 방어행위'로 볼 수 있는지 검토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2007헌마344).
따라서 경찰 조사 단계부터 A씨의 행위가 적극적인 공격이 아닌 방어에 불과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제3자인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억울함 벗을 골든타임…전문가들 "이것부터 챙겨라"
억울함을 풀기 위한 첫걸음은 단연 '객관적 증거'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신속한 증거 확보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병원에서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고, 현장 CCTV가 있다면 이를 확보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유한)LKB평산 정다미 변호사 역시 "상해 치료를 우선 잘 받으시고 상해진단서를 필수로 제출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거듭 당부했다.
만약 쌍방폭행으로 처리가 되더라도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경태 변호사는 "쌍방폭행으로 처리되더라도, 가해자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며 이 경우 치료비와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도 "치료비와 교통비는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다"며 형사 절차와 별개로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