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소를 본다고?"…강제추행 가해자의 '정보 열람' 신청, 무슨 이유지?
"내 주소를 본다고?"…강제추행 가해자의 '정보 열람' 신청, 무슨 이유지?
강제추행 피해자 A씨는 최근 법원에서 날아온 문서 한 통에 가슴이 철렁했다. 가해자가 자신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보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는 통보였다.

강제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의 정보열람 신청을 알리는 법원 발송 우편을 보고 놀라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가해자는 왜 내 정보를 보려 하나…‘합의’ 시도 신호탄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정보 열람 신청이 ‘합의’를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재판부의 최종 선고 전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형량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의)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 열람을 신청하는 것은 합의를 하기 위한 것이며,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공탁(법원에 돈을 맡겨 피해 회복 노력을 보이는 제도)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백창협 변호사(법무법인 오른)는 "공판기일 전에 연락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벌금 300만원'보다 가벼워질까…'불이익변경금지'의 함정
A씨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라는 함정이다. 보통 피고인이 "벌금형이 억울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법원은 원래의 벌금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르다. 재판을 열자고 한 주체가 '피고인'이 아닌 '법원'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 사건은 벌금 300만원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직접 나선 만큼, 형량의 상한선은 사라진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벌금액이 더 높아지는 것은 물론,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실형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가해자 측이 필사적으로 합의에 매달리는 이유다.
피해자의 손에 쥐어진 '선택지'…합의냐, 엄벌이냐
결국 공은 피해자 A씨에게 넘어왔다. 가해자의 '정보 열람' 신청은 A씨에게 불안인 동시에, 재판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카드'가 된 셈이다.
합의를 통해 현실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법원의 엄벌 의지를 믿고 가해자의 처벌에 무게를 둘 것인가. A씨의 선택에 따라 법정의 시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